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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마스크만 4,000만장" 프랑스, 재고떨이에 골머리

노희영 기자 입력 2020. 06. 12. 08:23 수정 2020. 06. 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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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4,000만장 재고..자국제품 구매 독려
반년 새 업체 50배↑ 中, "하반기 95% 도산"
日선 아래로 하락.."적자 각오하고 판매"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던 마스크가 이제는 재고가 넘쳐나면서 각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프랑스에서 현재 4,000만장이 넘는 마스크 재고가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진 등 필수인력에 제공할 마스크조차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지난 날을 무색케 할 정도다.

프랑스, 장관까지 나서 "중국산 대신 프랑스산 사달라" 호소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지난 3월 중순부터 기존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천 마스크 제작에 나섰던 프랑스 섬유업체 450여곳이 낭패를 보게 됐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주춤하면서 경영 여건이 어려워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량 생산에 들어간 마스크까지 팔리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프랑스 정부까지 나서 ‘메이드 인 프랑스’ 마스크 구매를 독려하고 나섰다. 재정경제부의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 국무장관은 라디오, TV 등에 출연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수입산 일회용 마스크가 아닌 빨아서 최대 2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프랑스산 천 마스크를 사용하자고 홍보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헨느의 길거리에 마스크가 버려져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파니에 뤼나셰 장관은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중국에서 수입한 수술용 마스크를 주고 있다”며 “수술용 마스크가 실용적이긴 하지만 환경친화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섬유업체의 천 마스크 생산 덕에 봉쇄령으로 발이 묶여있던 지난 2개월 동안 수백개의 기업과 수천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마스크업체 95%가 도산 위기"
코로나19 사태로 반년 만에 거의 50배가 급증한 중국 마스크 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바이위 중국 의료기기협회 회장은 “하반기 안에 중국 마스크 회사들의 95%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며 “세계의 마스크 수요는 여전히 많지만 중국 업체들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공장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위 회장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마스크 업체가 수백 곳이었는데 지금은 1만곳 이상으로 늘었다”며 “다만 이 가운데 소수만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내 마스크 생산공장 모습 /신화망 캡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품질 미달인 중국산 마스크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이던 해외 국가들이 이제는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데다,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여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의 마스크 생산량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말 하루 2,000만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올 3월 초에는 하루 1억개를 넘어섰다. 5월 피크 때는 하루 10억개 내외를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1일까지 마스크 총 500억9,000만개를 수출했다고 공개했는데 이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던 3월 이후 두 달 동안의 실적이다. 5월을 기점으로 마스크 생산이 감소세에 들어간 셈이다.

중국 산둥성의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는 “마스크 생산자가 너무 많고 경쟁도 치열해져 해외 판매로 눈을 돌렸지만 단기간 안에 FDA나 CE 인증을 받을 수 없어 수출도 힘들어졌다”며 “5월 마스크 판매량이 4월보다 15~ 20% 감소했고 공장도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베 마스크' 전략 실패한 일본...품질 조악하고 가격까지 급락
일본에서도 지난 달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사태가 해제되고 마스크 공급이 늘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폭등하던 마스크 가격도 원가 이하로 추락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오쿠보의 한 향신료 점에서 팔던 덴탈 마스크 50매들이 1상자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3,500엔(약 4만원)에서 1,300엔(약 1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팔리지 않은 마스크들은 가게 앞에 잔뜩 쌓아 놨다. 점원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들였던 마스크들은 매입 단가가 높아서 더는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면서 “손해를 보고 파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수만장이나 재고가 있어서 적자를 각오하고 방출 중이다”, “원가 밑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등의 하소연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직격타를 맞아 어쩔 수 없이 마스크 판매에 나선 영세업자들이다. 한 잡화점 점원은 신문에 “본업 매상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고육책으로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일본 중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예산 심의에 참석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에서는 한때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정부가 각 가정에 일명 ‘아베 마스크’로 불리는 천 마스크 두 장씩을 나눠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품질 논란 등에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만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아베 마스크 불량과 관련, 일본의 납품 업체가 검품을 요구했지만 정부 측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해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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