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프라이팬에 손 지지고 감금하고..잔혹한 계부·친모 만행

한승곤 2020. 6. 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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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묶어놓고 잔혹한 학대
목줄 풀린 순간 4층에서 목숨 건 탈출
의붓아버지 경찰 조사.."묵묵부답"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9살 여아를 3년 넘게 폭행하고 학대해 공분을 산 '인면수심' 부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계부(35)가 오늘(13일) 경찰에 연행됐다. 계부는 친모(27)와 함께 A(9)양을 상대로 잔혹한 학대를 저질렀다.

A 양은 올해 1월 계부·친모 및 의붓동생 3명과 함께 경남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 왔다. 이때부터 학대는 더 심해졌다. A양은 혼자서 다락방에 살았다. 사실상 집 안에서도 감금된 상태였다. 식사도 하루에 한 끼만 줄 때가 많았다.

잔혹한 친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 발등과 발바닥을 지져 화상을 입혔다. 특히 쇠막대기로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고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A양이 부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테라스에 쇠사슬로 목을 묶어 자물쇠로 잠그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계부와 친모가 자행한 끔찍한 학대는 지난달 29일 A양이 목숨을 걸고 맨발로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있는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치면서 끝났다.

가해자들은 집을 나가겠다고 반항한다는 이유로 탈출 이틀 전부터 A양 목에 쇠사슬을 묶어 베란다 난간에 고정해두고 내버려뒀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쇠사슬을 풀어줬다. 탈출 당시 집에는 친모와 의붓동생들만 있었고 계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잠시 쇠사슬이 풀린 틈을 타 A양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외벽을 넘어 옆집으로 이동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탈출 당시 잠옷 차림에 맨발로 빌라 밖까지 나온 A 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한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A양은 이 주민에게 "집에 가기 싫다. 큰아빠·큰엄마한테 데려다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언급한 '큰 아빠'는 지난 2015년부터 2년 동안 지냈던 위탁가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프라이팬과 쇠사슬 자물쇠 등 드디어 드러난 범행 도구

수개월 동안 끔찍한 학대를 당한 A양 몸 상태는 처참했다. 눈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는 심한 물집이 잡혀 있었다. 또 신체 여러 곳이 심하게 다치거나 훼손되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다수의 골절 및 상처 흔적이 있었고 심한 빈혈 증상도 있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계해 A양을 병원에 입원시킨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4일 계부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마무리했고 5일 압수수색을 통해 학대 도구로 의심되는 다수 물품을 확보했다.

압수품은 학대 도구로 사용된 프라이팬과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 10개 안팎이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경찰에 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친모는 거제의 한 신경정신과에서 4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 왔으며 최근 1년간은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에는 법원으로부터 임시보호명령을 받아 A양의 계부·친모와 의붓동생 3명을 분리보호 했다.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에 의해 학대당한 초등학생 A(9)양 거주했던 한 빌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너 지문 있으니 프라이팬에 손가락 지져라." 끔찍한 학대

계부·친모는 이에 반발해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신체 일부를 자해하거나 4층 높이에서 투신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처 덕분에 이들은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경찰은 추가적인 자해, 극단적 선택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일단 이들을 응급 입원 조처했다.

한편 계부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길래 나갈 거면 너 지문이 있으니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라(고 했다)"며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지문이 있으면 조회 등을 통해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있으니 아예 지문을 없애라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A양은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한 뒤 2017년 복귀하면서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아동 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장기간 폭행이 있었지만 긴 옷으로 폭행당한 상처를 가리고 다니는 등 학대 사실 드러나지 않아 담임 교사와 이웃 등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A양은 계부, 친모 등과 분리된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입원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12일 경남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지난 11일 오후 경남 한 병원에서 퇴원해 아동 쉼터로 옮겨졌다.

얼굴과 몸 곳곳의 타박상은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손과 발에 있는 화상의 경우 흉터가 남아 쉼터에서 지속해서 치료할 계획이다.

특히 지옥 같은 집을 탈출해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심리적으로도 많이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관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옷이나 인형 등을 받고 기뻐하는 등 적응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아이가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겉보기에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기관에서는 이 아동에게 놀이 치료 등 심리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이 아동은 앞으로 쉼터에서 보호받게 된다. 정식보호명령이 나오면 법원 판단에 따라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낼 수 있다.

동생 3명 역시 정신적 학대 우려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창녕 아동학대 친모가 과거 창녕지역 한 온라인 육아 카페에 남긴 게시글에 12일 달린 댓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잔혹한 범행에 이어 드러난 인면수심…양육수당 신청에 친모는 맘 카페서 의붓동생만 편애

잔혹한 부모는 A 양이 병원에 입원한 동안에도 ‘양육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녕군 등에 따르면 A 양의 계부와 친모는 지난 10일 군에 양육수당을 신청했다.

이들은 그간 A양의 의붓동생 3명을 포함해 총 4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매달 양육수당 등으로 90만 원을 챙겼다. 이런 가운데 의붓동생 중 둘째와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며 양육수당을 추가로 신청한 것이다.

가정양육수당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시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추가 수당을 주는 제도다. 매달 4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세 자녀 이상을 키울 때 군에서 지원하는 출산지원금 1000만원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도 문의했다.

특히 친모는 딸이 집에서 탈출한 후에도 온라인 육아 카페에서 태연하게 활동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A양의 의붓동생만 편애한 사실도 드러났다.

친모는 회원 승인을 거쳐 가입되는 해당 카페에 올해 초 가입해 1월3일 '가입 인사'를 게시한 후 총 60여개의 글을 올렸다.

잔혹한 학대로 아이가 집을 나가 사라진 지난달 29일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 남긴 게시글은 지난 1일 어린이 의류를 교환하자는 사진과 글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카페 회원들은 친모가 과거에 남긴 글을 읽으며 그의 정신질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창녕 아동학대 친모가 과거 창녕지역 한 온라인 육아 카페에 남긴 게시글에 12일 달린 댓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회원들은 친모가 과거에 작성한 글에 "멀쩡하네. 조현병 맞아요?", "조현병 코스프레인지? 정상인 코스프레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고 답글을 달았다.

비눗방울 놀이, 음식 등 친모가 남긴 글과 사진에는 학대당한 A양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글과 사진에 대한 카페 회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회원은 '첫째(학대 아동)와 관련된 글은 한 번도 없다. 맘 아프다 ㅠㅠ'고 토로했다.

한편 잔혹한 학대를 일삼은 계부는 13일 경찰에 연행됐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이날 오전 10시 55분께 경찰서 별관으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계부는'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계부를 상대로 범행동기, 사건 경위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가해자 부부의 혐의가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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