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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 손잡은 날' 앞두고 겁박..文 '평화 판' 흔들리나

윤홍우 입력 2020.06.14. 14:12 수정 2020.06.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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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급속 경색]
■北, 6·15선언 20주년 앞두고 24시간 동안 3차례 비난
김여정 "남조선 것들과 결별"
접경지서 군사행동 가능성 커
도발땐 9·19합의 등 물거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에 정예 측근들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마지막이 올해 들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맡은 장금철./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삐라’ 맹비난 담화 이후 불과 10여일 만에 남북관계가 파탄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주 말 불과 24시간 동안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담화를 통해 우리를 겁박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군사적 보복’을 암시하자 청와대는 14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이를 논의했다. 6·15남북공동성명 20주년인 15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비난->비하->겁박 선 넘는 北

북한은 12일 밤부터 13일 밤까지 이례적으로 세 차례의 담화를 냈다. 포문은 장 통전부장이 열었다. 그는 첫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났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대북삐라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청와대 NSC의 11일 발표를 두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하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통은 13일 오후 권 국장이 받았다. 권 국장은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면서 핵 무력 강화를 시사했다. 우리 정부의 북미대화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더욱이 핵 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된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 선전매체(조선의 오늘)는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 등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쐐기를 박은 것은 김 제1부부장이다. 그는 13일 오후9시께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듯하다”고 위협했다.

아울러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백두 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북한 군부를 향해 ‘충성심을 보이라’고 요구한 것으로, 접경지 등에서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심야 NSC...합참의장도 참석

그로부터 3시간여 후인 14일 0시께, 청와대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NSC 상임위를 개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외교·국방·통일 장관 등 NSC 상임위원들과 함께 박한기 합참의장이 참석했다. 박 합참의장의 참석은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긴급 점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 긴급회의를 개최한 후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9·19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북한의 비난 담화에 대해 ‘통일부 입장’으로 갈음하던 국방부가 별도의 입장을 내고 군사대비 태세를 강조한 것은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당혹스런 靑, 대화기조는 이어갈듯

청와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NSC 상임위가 주말에, 그것도 심야에 긴급 소집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남북 간 ‘평화의 메신저’라고 불리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도 정을 나눈 김 제1부부장이 ‘남조선 것들’이라는 적대적 표현을 쓰며 북한 군부에 ‘보복’을 지시한 것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뼈 아픈 부분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특히 북한의 무력 도발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2018년 평양정상회담의 최대 성과인 ‘9·19군사합의’마저 물거품이 되고 문 대통령이 추구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당장 김 제1부부장이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겁박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 판문점선언의 산실이기도 하다.

청와대 NSC는 이에 따라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대북 휴민트를 총 가동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 차원에서 우리 군의 준비태세는 강화하되,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도 이제 인내력이 한계에 달한 것 같다”면서도 “우리보다는 대북 제재권을 쥔 미국을 향한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文, 6.15 메시지, 전격 제안 나오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15일 어떤 형태로든 대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대북 특사 파견 등 전격적인 제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통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이날 “차분한 대응으로 외교라인을 작동해 특사 파견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윤홍우·윤경환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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