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고 먹어도 돼"..창녕 학대아동 구한 얼굴 없는 천사

강민한 2020. 6.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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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자 송모 씨에 감사·칭찬 목소리 / 불안해하는 A양 안심시킨 뒤 경찰 신고 / 신고 접수 후 언론과 연락·접촉 전무 / 아이는 안정 찾아 가는 중

지난 달 29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9세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전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최초 신고자인 주민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처음 A양(9)을 발견해 먹을 것을 사주고,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주민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가정주부 송모씨 인 것으로 파악됐다.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남경찰청과 창녕경찰서 등에 따르면 송씨는 창녕에 사는 친정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가 A양을 처음 발견했다.

송씨는 자신도 피해아동과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A양을 발견해 배가 고프다는 말에 편의점으로 데려가 먹을 것을 사준 송씨는 불안해 하는 A양에게 “나도 니 또래 아이가 있단다 괜찮아 아줌마가 주는 것이니 걱정 말고 먹어도 된다”며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옆에 있던 편의점주 김현석(30)씨가 확인했다.

그는 뉴스에서 편의점 CC(폐쇄회로)TV 화면에 나온 송씨의 영상을 보고 짧은 머리에 노란색 염색을 한 신고자를 보고 남자인 것으로 알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남자가 아닌 30~40대 주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송씨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를 친정아버지가 여기에 살고 있어 가끔씩 찾아온다는 것과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밥을 주기위해 온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자신도 그 당시는 경황이 없어 잘 기억하지 못하겠고, 송씨가 아이를 데려와 먹을 것을 주고 간간이 대화하는 것을 들은 것이 전부이며, 잠시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운사이 A양에게 “이제는 집에 가기 힘들겠구나”라고 말은 건넸더니 “네 집에 가기 싫어요”라고 했던게 대화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뉴스에 알려진 대로 아이의 피해 정도가 너무 심해 자신도 놀랐으며,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송씨가 사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아이가 계속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불안 해 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만 알려진 송씨는 언론과의 연락이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사건 담당 경찰도 신고자에 대한 신상 정보나 연락처를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은 A양을 학대한 계부 B(35)씨와 친모 C(27)씨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글과 정부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 되지 않게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A양을 발견해 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신고자에 대한 감사와 칭찬의 댓글을 이어가고 있다.

계부와 친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A(9)양이 살았던 경남 창녕군 빌라의 11일 모습. A양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집 베란다(오른쪽 큰 붉은선)를 빠져나와 옆집(왼쪽)으로 넘어갔다. 창녕=연합뉴스
현재 A양은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돼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퇴원해 경남의 한 아동쉼터로 옮겨진 후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쉼터관계자는 “아이가 이제는 밥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르다”고 말할 정도로 밥을 잘먹고 나아졌으며 밝게 인사도 잘한다고 전했다.

A양은 쉼터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놀이치료 등 심리치료를 함께 할 예정이며, 법원의 정식 임시보호명령이 나오면 성인이 되는 만 18세까지 기관에서 지내거나 위탁가정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처음 A양이 탈출 후 처음 발견해 보호한 송씨에게 “큰 아빠 집으로 데려 달라”고 한곳이다. A양은 이 위탁가정에서 지난 2년간 생활한 뒤 2017년 집으로 돌아가면서 부모로부터 잦은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정은 실제 A양의 친인척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동보호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재위탁 여부에 대해 해당 위탁 가정으로부터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기관 관계자는 “A양에 대해 심리치료 등 안정 후 위탁가정으로 갈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며 “A양이 지난 1월 창녕으로 이사한 후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신적 문제가 있던 친모가 양육 스트레스로 더 심하게 학대한 걸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한편 A양의 의붓동생인 6살, 5살과 태어난지 100일쯤 된 것으로 알려진 3명의 동생들은 상처가 없고 정상적이나 정신적 학대가 우려돼 시설로 옮겨져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부와 친모는 아이들에 대한 임시보호 명령에 저항해 자해와 투신을 시도했었다.

9살 여아를 학대한 계부 A(35)씨가 13일 오전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하고 있다. 창녕=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13일 A양의 계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B씨는 검은색 티셔츠에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경찰서 조사실로 향하면서 “상습적으로 딸을 학대한 혐의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지만 정도가 심한 학대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A양의 친모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부와 함께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친모는 건강 문제로 조사가 미뤄졌다. 조현병 등 정신 건강 문제로 당장 조사를 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경찰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4일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15일 오전 밀양지원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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