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매업계 2위 송인서적 '또다시 존폐기로'..서점·출판계 '조용한 분노'

최윤아 2020. 6. 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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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출협 인터파크송인서적 관련 긴급간담회 "더 이상 피해 안돼"
매각-청산 의견 나뉘어.."유통시스템 선진화 기회 삼자" 목소리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인터파크송인서적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송성호(왼쪽) 출협 유통담당 상무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 옆은 강명관 인터파크송인서적 대표(가운데)와 장덕래 인터파크 도서사업부장. 이날 간담회에는 150여명의 출판인이 참석했다. 최윤아 기자

“더 이상 출판사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4층 대강당. 150여명의 출판인이 1m씩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채 빼곡히 들어앉았다. 이틀 전인 8일, 인터파크송인서적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긴급히 대책을 논의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현장은 차분했다. 분노를 억누른 듯한 울분에 찬 목소리만이 가끔씩 낮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국내 2위 서적 도매업체 인터파크송인서적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서점·출판계가 다시금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7년 이미 한차례 부도처리 된 송인서적을 인터파크가 인수해 정상화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2년6개월 만에 또다시 경영난 악화로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다. 관련 중소 서점과 출판사들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는 송인서적이 추후 매각, 기업청산, 기업회생절차라는 세가지 방안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현실적이고 업계 피해도 적은 방안은 매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수 주체로는 국내 1위 도매업체 웅진북센과 최근 도매업 진출을 선언한 교보문고가 거론된다. 실제 지난해 초부터 인터파크송인서적의 대주주 인터파크가 웅진북센과 교보문고 등과 몇차례 만났지만 인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출판사 대표는 “업계 1위인 웅진북센은 과도한 시장 점유라는 비판을 의식하고, 교보문고는 유통업체로서 도매업까지 진출한다며 독과점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이젠 협상 조건도 달라졌고 출판업계를 살린다는 명분까지 얻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덕래 인터파크 도서사업부장도 지난 10일 출협이 마련한 ‘인터파크송인서적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인수자가 있다면 보유 중인 채권을 최대한 양보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인터파크송인서적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송성호(맨 왼쪽) 출협 유통담당 상무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그 옆은 강명관 인터파크송인서적 대표(가운데)와 장덕래 인터파크 도서사업부장. 이날 간담회에는 150여명의 출판인이 참석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업체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웅진북센 관계자는 “전국 1500여개 서점 중 1400곳이 우리와 거래하고 있어 송인서적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곧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결정 나면 그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쪽은 “인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송성호 출협 유통담당 상무이사는 “웅진북센의 경우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엠에프(IMF) 이후 송인서적이 부도 사태를 포함해 존폐 위기에 선 것이 벌써 세번째이고 그때마다 출판사들 다수가 피해를 봤기에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매출까지 하락한 중소 출판사와 서점들의 시름은 깊다. 한 1인 출판사 대표는 “거듭 날벼락을 맞았다. 큰 출판사의 경우 지난달 이미 출고 정지를 했다던데, 정보가 없던 우리는 지난달에만 평소 거래량의 두배가 넘는 500만원어치의 책을 보냈다”고 말했다. 전국 2312개(2019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추산) 서점 중 송인서적과 주요하게 거래하는 책방의 경우엔 여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인천의 한 서점주는 “이달 초 선입금을 납입한 뒤 지금까지 책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손님까지 줄었는데 책을 구할 수도 없어 앞날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5월부터 6월 초까지 미지급금은 35억~4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협회 차원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출판계의 오랜 과제였던 도서 유통시스템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완전 도서정가제 실현으로 소형 서점을 살리고, 이 소형 서점이 중심이 돼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방식 등으로 유통시스템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아 허윤희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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