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주의보'에 선풍기만 틀었는데 똑같이 위험하다고?
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랐던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40평 남짓한 스터디 카페 가운데에는 탁자 위 직립식 선풍기 한 대가 반 바퀴 회전 모드로 돌아가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전원은 꺼져 있었다. 카페 사장에게 "선풍기만 틀어 놓았느냐"고 물었더니 "에어컨이 코로나를 옮긴다고 들었다"고 했다. 같은 날 노원구의 한 당구장에서도 에어컨 전원을 뽑은 채 선풍기 4대만 돌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혼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지침'에서 에어컨만 콕 찍어 강조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지침은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41개 대표적인 상황에서 방역을 위해 지켜야 할 실천 사항을 담았다. 이 가운데 '에어컨 사용'이란 항목이 있고, 그 내용은 '바람으로 인해 비말(침방울)이 더 멀리 확산될 우려가 있으므로 환기, 풍량에 주의하여 사용하기'라는 것이었다. 잘 읽어 보면 핵심은 '에어컨'이 아니라 '인공 바람'이지만, 똑같이 인공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나 공기청정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
중대본 지침을 알아듣기 쉽게 가공해 일선 다중이용시설에 전달해야 할 각 시·군·구청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2일 본지가 방문한 서울 시내 10여개 업소 주인들 가운데 정확한 지침을 전달받았다는 이는 없었다. 대부분 "뉴스를 보니 에어컨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긴다더라"는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 냉방 기기 가동은 불가피하니, 지하의 다중이용시설은 출입구를 항상 개방하고 내부에 설치된 환풍기를 운영 시간 내내 가동하는 등 환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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