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막걸리 나눠 먹자고" 산 정상 풀어진 기분..코로나 키운다

한승곤 입력 2020. 6. 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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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여가 생활 '등산' 인기
국립공원공단, '2M 거리 두기','단체 모임 자제' 권고
전문가 "야외 활동 괜찮지만, 뒤풀이 행사 등 참여하지 말아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성상 비말(침방울) 전파 등을 주의해야 하지만 일부 등산객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등산객들은 삼삼오오모여 하나의 컵으로 막걸리를 나눠마시는 등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사진은 14일 북한산 정상 백운대의 모습./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컵이 하나뿐인데…. 그냥 이걸로 나눠 먹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 연결고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등산객이지만 산행 중 호흡이 벅차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앞에 가는 사람과 붙어 산행에 나서기 때문이다. 또 산 정상에서는 종이컵 하나로 막걸리를 나눠마시는 등 비말(침방울)로 인한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등산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행이 끝난 뒤 뒤풀이 행사는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12일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코로나19 이후 여가 및 관광 트렌드'에 대한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책','캠핑','등산','자전거 여행'에 대한 언급량이 급증했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이후 언급량이 증가한 여가 생활로는 '등산'이 대표적이다. '등산' 키워드 분석 결과 코로나19를 전후로 평균 언급량이 25% 증가했다.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된 등산지로는 인왕산(363%), 북한산(243%), 아차산(215%) 등 대다수의 서울 인근 등산 코스에 대한 언급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25일과 26일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객은 8만622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탐방객 수가 35.1% 증가했다.

등산객이 늘어나자 국립공원공단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등산객 간 2M 거리 유지','산행 후 단체 모임 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직원 등은 지난 4월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북한산 정산 백운대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있는 등산객들의 모습. 북한산 국립공원 측은 '등산객 간 2M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

14일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만난 등산객 A(25) 씨는 "등산을 하다 보면 곳곳에 '등산객 간 2M 거리 유지' 현수막이 보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사람들이랑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다들 산을 오르는 데 집중해 거리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A 씨는 "특히 등산로가 좁아지는 구간이나 줄을 서야하는 구간에서는 2M 거리 유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등산객들은 배낭 뒤에 '2M 거리 두기'라고 써져 있는 리본을 매달고 산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등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백운대에서는 등산객들이 한 개의 컵으로 막걸리를 나눠마시고 하나의 젓가락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 등 식사를 같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비말이 섞일 가능성이 컸지만, 대다수 등산객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산악 동호회 회원 B(27) 씨는 "회원들끼리 음식 나눠 먹지 않기, 개인 식기 챙기기 등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산을 오르다 보면 배낭이 무거워지는 것을 우려해 개인 식기 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B 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함께 모여서 어울리다 보면 이를 잘 지키기가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북한산국립공원 직원과 아띠산악회원들이 지난달 30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라 하산 후 등산을 함께 한 일행들과 단체 모임을 가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식당가는 단체 모임 등으로 시끌벅적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산악 동호회 회원 C(31) 씨는 "산행을 하고 난 뒤 회원들끼리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간단히 식사하고 헤어지곤 한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모임 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등산을 하고 난 뒤에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는 사회적 접촉이 높으면 질병 전파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면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자리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자연공간은 사실상 밀폐되지 않은 실외 공간이라서 환기가 늘 일어나는 공간이다. 옆 사람하고 간격이나 주위 사람들 간격을 상당 거리 띄워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라며 "침방울이 튈 수 있는 범위를 2m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를 늘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위험이 상당이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다만 이런 경우라도 제일 문제가 되는 게 활동이 끝나고 난 뒤 함께 하시는 분들과 어울려서 뒤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어 나로 인해서 주위를 위험하게 만드는지 잘 이해하고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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