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M부스] "우리가 뽑은 대통령"..통합당 의원의 소신(?) 발언

이기주 kijulee@mbc.co.kr 2020. 6. 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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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통합당 의원의 소신 발언

"북한 정권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중단하라.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

오늘 오전 국회에서 나온 이 발언에 많은 기자들이 술렁였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 야당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발언의 주인공은 재선인 미래통합당 성일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앞서 발언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잇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문제삼은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성 의원의 오늘 발언 전문을 한 번 볼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세계적 세습독재자들의 후예들이 폄훼할 자리가 아니다. 최근 한국 NGO 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트집잡아 9·19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옥류관 주방장까지 나서서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말로 비난을 했다. 참으로 저질스러운 북한 지도부의 모습에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다. 독재국가인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김정은과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와 굶주림 문제부터 해결하라.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중단하라.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 이상입니다."

내용도 짧은데다, 총 발언시간도 58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10분 넘게 발언한 김종인 위원장이나 4분 이상 발언한 주호영 원내대표, 5분 넘게 발언한 김미애 비대위원과 비교하면, 짧고 명료한 발언만으로도 기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은 보통 북한 정권을 먼저 비난한 뒤, 곧이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난하는 식의 이른바 '양비론'이 통상적인데,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이 없었던 점도 특이(?)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뽑은 '소중한' 대통령"

야당 재선 의원이 시도한(?) 뜻밖의 발언.

그 배경과 의도를 듣기 위해 회의 직후 성 의원을 만났습니다. 장소는 국회 본청 복도에서 시작해 의원회관 집무실로 이어졌고요.

성 의원은 "평소 소신에 따른 발언이었다"며 "발언 내용은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성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Q. "우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신선하게 들렸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지키기인가?

= 꼭 문재인 대통령 지키기라기 보다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었어도 국민이라면 화가 나야 하는게 정상이다. 옥류관 주방장 따위가 우리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저렇게 욕되게 하는데 가만히 있는게 말이 되나. 꼭 내가 찍었나 안찍었나가 중요한게 아니다. 지지하든 안하든 우리가 뽑은 대통령 아닌가. 저런 식의 비난을 들었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물론 옥류관 주방장도 북한 정권이 시켰으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한마디 했다.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이냐 통합당 출신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Q. 정부 비난이 없던게 눈에 띄는데?

= 무조건 정부를 비난하는게 국가 이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는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필요하다. 여당 야당 따지는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못한게 있으면 지적해야한다. 다만 지금은 힘을 하나로 모으는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발언했다. 바로 이런게 변화하는 야당의 모습 아닌가. 계속 이렇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 한다.

Q. 통합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된 발언인가?

=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발언하겠다고 사전 설명은 했다. 그리고 '오케이'를 받았다. 일부 통합당 지지자들은 왜 문 대통령을 옹호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거에 개의치 않는다. 내 뜻을 지도부와도 상의했고 지도부도 좋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통합당은 많은 면에서 열려 있다.

Q. 성명서처럼 읽던데 직접 쓴건가?

= 오늘 이런 식으로 발언할 거라고 하니까, 보좌진들이 먼저 써서 가져왔는데 너무 무미건조하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새로 썼다. 마지막 문장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다"인데, 여기에 사실은 '소중한 대통령'이라고 해서 '소중한'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런데 막판에 그건 뺐다. 차마 그거까진 말 못하겠더라고. (웃음)

Q. 발언이 상당히 짧았는데?

= 발언이 길다고 의미가 잘 담기는게 아니다. 짧고 명료한 게 좋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짧게 하려고 한다. 기자들도 짧은 발언이 좋지 않나. (웃음)

Q. 현 남북 관계의 해법은 뭐라고 보나?

=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이상, 미국과 중국을 협상에 끌어들여야 한다. 미국도 만나고 중국도 만나서 담판도 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것도 그렇게 했던건데 잘 안된 것 아닌가. 그게 다 북한의 의도를 너무 몰랐던 거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외교력을 펼쳐야 한다.

"소속 정당 얽매이지 않고 국익 위해 발언"

성 의원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대한민국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됐다는게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세습 독재국가의 욕을 들을 이유가 없는 '소중한 대통령'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 소중하다고 말로 표현하는게 꼭 중요한 건 아니고..(웃음) 앞으로도 소속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위해 발언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할 책무고,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 아닌가요? 앞으로도 이런 발언들 종종 할테니까 괜찮으면 방송에 많이 내줘요. (웃음)"

이기주 기자 (kiju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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