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텐트서 10여명 '다닥다닥' 고기 굽기와 술판.. '코로나 비상' 남의 일?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0. 6. 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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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한 해변 캠핑장 야영객들로 북적거려 / '취사 및 야영 금지' 대형 현수막 뒤에서 버젓이 캠핑.. 생활 속 거리 두기 '무색' / 야영장에는 소나무 향기보다는 술 냄새와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 진동 / '바다가 보이는 명당' 자리에는 어김없이 캠핑카 / 그야말로 거대한 텐트촌 형성 / 야영객이 술 취한 채 백사장에 누워 있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생활 속 거리 두기’ 운동이 강화된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인근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캠핑을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 취사 및 야영 행위 등을 위한 출입을 금지합니다. (캠핑카, 카라반 포함)” 고성군청

주말인 지난 13일 찾은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백사장은 시원한 바다를 즐기려는 여행객들로 늦은 시간까지 붐볐다. 인근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야영객이 설치한 각양각색의 텐트들이 즐비했다.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캠핑카가 카라반 등 주차돼 있었다. 가족 단위부터 단체 야영객들까지 몰려 캠핑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인근 소나무 숲 캠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억제를 위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강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은 예전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이른바 ‘탁 트인 명당’ 자리에는 어김없이 대형 텐트와 캠핑카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10여명이 거뜬히 들어 갈수 있는 대형 텐트만 해도 족히 10~20개 정도 돼 보였다. 6인용 텐트까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7시쯤 한 야영객은 소나무 숲에서 떨어진 솔방울을 모으고 있었다. 이를 본 아이들은 따라 줍고 있었다. 잠시 뒤 손에 든 비닐봉지에 솔방울이 가득 차자, 화로에 솔방울 툭툭 털어 넣고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었다.

솔방울이 바짝 바른 탓에 작은 불씨에도 금세 활활 타올랐다. 화로에 불꽃이 탁탁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튀기도 했다. 바짝 마른 소나무 잎이 널려 있어 작은 불씨에서 화재 위험이 있었지만, 이들은 익숙한 듯 불을 피우고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인근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야영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 단체 야영객들은 편안한 복장을 한 채 대형 텐트 속에서 1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이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폭염에도 불을 지펴 고기를 굽고 있었다. 술에 취한 이들의 큰 소리 대화가 이어졌고 밤이 깊어질수록 음악 소리와 함께 더 커졌다. 이 곳뿐만 아니었다. 캠핑카에 설치된 조명은 밤이 깊어질수록 화려해졌고, 클럽 음악까지 더해져 캠핑장은 소음으로 뒤덮혔다.

야영장 인근 도로 공사장을 살피고 있는 한 공사장 관계자는 “애들까지 저렇게 놀다 코로나 걸릴까 걱정된다”며 “답답해서 동해까지 와서 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심할 때 아닌가”라고 했다.

고성군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 취사 및 야영 행위 등을 위한 출입을 금지합니다. (캠핑카, 카라반 포함)”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눈에 띄는 곳마다 설치했다. 야영객들은 해당 현수막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수막 주변에서 버젓이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텐트 주변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텐트 속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누워 있거나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운동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 곳만은 딴판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인근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대형 텐티 및 캠핑카가 주차 돼 있다. 
 
해변에서 만난 한 피서객은 “캠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캠핑을 즐길 때는 사소한 것부터 챙겨야 한다”며 “특히 쓰레기를 버리고 오시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그런 분들은 캠핑을 즐길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나무 숲 캠핑장에는 나무 향기보다는 술 냄새와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캠핑장 곳곳에는 먹다 버린 각종 음식물과 소주병 종이컵 등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두 야영객들이 버린 것들이다.

야영장은 술판을 벌인 뒤 버려진 쓰레기로 넘쳐났다. 야영객들이 사용한 텐트와 각종 집기도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마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는 먹다 남은 김치 등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양했다. 음식물 쓰레기, 각종 음식 도구, 텐트, 돗자리, 캔 맥주, 맥주병, 플라스틱 음료, 석쇠 등 술판 흔적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한 해변 인근 캠핑장 곳곳에는“전국적으로 확산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 취사 및 야영 행위 등을 위한 출입을 금지합니다. (캠핑카, 카라반 포함)”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음식물 쓰레기에는 어김없이 검정날개버섯파리가 주변에 떼 지어 날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나무 주변에는 쓰레기 무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깨진 캠핑용품 버려져 있었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는 벌레까지 들끓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해수욕장 찾는 피서객이 늘면서 방역당국은 집단 발병을 우려했다.

지난 12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주말 동안 각종 모임 활동으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면 그만큼 감염의 연결고리가 많아지고 N차 감염이 증가하여 대유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주말 중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 한 바 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고성 한 소나무 숲 캠핑장 곳곳에는 분리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가 잔득 쌓여 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3밀’이라고 말씀드리는,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곳, 많은 사람이 밀집하게 모이는 것, 1m 이내의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것”이라며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마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태에서 코로나 청정지역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며 “홍보 현수막도 설치하고 계도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자주 못 나가고 있다 보니 그 틈을 타서 캠핑을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 치우고 있지만, 해변이 많고 넓다 보니 다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글·사진(고성)=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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