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일보

與 53년 만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반쪽만 일하는 21대 국회'

김혜영 입력 2020.06.16. 04:32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건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1948년 제헌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모두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건 처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치권의 어떤 사정도 국민의 생명, 안전, 민생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 시간을 준다고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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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성과만 내면 된다” 밀어붙이기에 野 “짓밟고 가라” 협상 방기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이 15일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가운데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선출을 앞두고 주호영 원내대표 만이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건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야당이 없어도 ‘성과만 내면 된다’는 여당과 타협 여지 없이 ‘짓밟고 가라’며 협상을 방기한 야당의 조합이 만든 결과다.

1948년 제헌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모두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건 처음이다. ‘일하는 국회’를 각오한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절반만 일하는’ 파행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여당의 독주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던 미래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격랑에 휘말렸다.

국회는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전체 18개 중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6명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치권의 어떤 사정도 국민의 생명, 안전, 민생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 시간을 준다고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석수의 힘’을 발판으로 한 표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서로 원 구성 협상의 ‘최후 조건’으로 내걸었던 법사위원장에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윤후덕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는 송영길 의원, 국방위원장에는 민홍철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이학영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는 한정애 의원이 각각 뽑혔다.

통합당은 ‘일당 독재’라며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선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국회의 존재 이유는 야당이 있을 때 발휘되는 것이고 균제와 균형이야 말로 국회의 존재 원리”라며 “민주당이 앞으로 잘못 간다면 그 출발점은 오늘이며, 오늘은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 초반부터 ‘우리를 짓밟고 가라’며 ‘피해자 전략’을 구사했지만, 민주당을 저지하지 못했다.

파행으로 문을 연 21대 국회는 176석 슈퍼 여당에 의한 ‘반쪽 운영’을 예고했다. “국민을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좌고우면 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직진 본능과 “오늘로서 국회가 없어졌다”(주 원내대표)는 야당의 보이콧 선언이 맞물린 결과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 홀로 참석해 앉아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 등 일부 ‘알짜 상임위’를 통합당 몫으로 남겨뒀지만, 통합당이 이들 상임위원장 확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박 의장은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19일에 소집하겠다고 못박았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표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제1야당의 리더십이 여당 단독 개원의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21대 국회는 당분간 여당의 의지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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