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력계획 알렸을 뿐" vs "그건 원전폐쇄 지시"

김형원 기자 2020. 6.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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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폐쇄 책임 떠넘기기

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새로 편성된 감사원 감사팀은 산자부와 한수원의 업무용PC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 폐쇄 결정을 주도한 기관이 어디인지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산자부와 한수원이 주고받은 공문(公文)에 주목하는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 공문의 성격을 두고 산자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의 공식적 통보'라고 주장하는데, 한수원은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지시'라면서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넉 달 전인 2018년 2월 20일 한수원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한 것과 관련하여, 한수원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서 정부 (탈원전) 정책에 궤를 같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폐쇄 결정을 내렸다. 2018년 6월 15일 이사회 회의에서 한수원 법무실장은 "산자부 협조 요청 공문은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반면 산자부는 "공문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산자부 공문 때문이 아니라 한수원 이사회의 자체 판단으로 월성 1호기가 폐쇄됐다는 주장이다.

두 기관 관계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 측이 "월성 1호기 폐쇄의 최종 결정은 한수원에서 했다"고 하면, 한수원 측은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면서 공을 넘긴다는 것이다. 애초 월성 1호기 폐쇄에 긴밀히 협력하던 산자부·한수원이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 앞에서 서로 불신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산자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 폐쇄 직전인 2018년 2월부터 6월까지 운영정책,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검토 등의 다양한 안건으로 최소 7차례 합동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산자부의 지시 사항이 있다면 밝히라고 요구받고 있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최종 결정한 것은 맞지만 하급기관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월성 1호기 감사 담당 공공기관국장을 교체하면서 고강도 추가 조사를 주문했다. 당시 월성 1호기 폐쇄에 깊숙이 관여했던 산자부 원자력산업정책과와 한수원 기술혁신처 책임자는 현재까지 최소 4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조해진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산자부와 한수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게 지시한 윗선에 대한 규명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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