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풍선 날리던 언덕에선 경찰 검문..접경지역 가보니

채윤태 2020. 6.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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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과 갈등만 부추기는 대북 전단 살포, 우리는 원치 않는다."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예고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이날, 북녘을 불과 1.5㎞ 앞에 마주한 접경의 마을엔 침묵 속 긴장이 감돌았다.

"이렇게 경찰이 '삐라(대북 전단)' 뿌리는 사람들 잡으러 온 건 2년 만이네. 그 전엔 매년 왔었어." 월곶면 고막2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87)씨는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 간 긴장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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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녘 1.5km 앞 김포 월곶마을 현장
마을 곳곳에 경찰 병력 '침묵속 긴장'
거리엔 "전단 원치 않는다" 펼침막
식당주인 "코로나에 전단까지" 한숨
60대 주민 "북 불필요한 자극 없어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한겨레>가 찾은 경기 김포시 월곶면 마을 어귀엔 “대립과 갈등만 부추기는 대북 전단 살포, 우리는 원치 않는다”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채윤태 기자

“대립과 갈등만 부추기는 대북 전단 살포, 우리는 원치 않는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외지인을 향한 경고를 담은 펼침막이 먼저 눈에 띄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한겨레>가 찾은 경기 김포시 월곶면 마을 곳곳에는 경찰차와 군용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20년 전에는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한 날이었지만, 지금은 ‘평화’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예고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이날, 북녘을 불과 1.5㎞ 앞에 마주한 접경의 마을엔 침묵 속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인천, 경기, 강원, 충남까지 (각 지방청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조류와 풍향을 분석해서 주요 지점에 경찰을 배치해 24시간 방지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곶면 곳곳에선 검문을 위해 대기 중인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에서 만난 한 경찰은 수원에서 파견 근무를 왔다며 “경기도 전역의 경찰이 여기 돌아가면서 접경지역 경비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경찰이 ‘삐라(대북 전단)’ 뿌리는 사람들 잡으러 온 건 2년 만이네. 그 전엔 매년 왔었어.” 월곶면 고막2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87)씨는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 간 긴장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 “예전에 흔히 있던 일이라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다”고 이씨는 말했다. 직장인 최아무개(52)씨도 “접경지역에 살면 북한의 위협은 언제나 안고 산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접경의 긴장에 익숙해졌어도, 불필요한 ‘도발’을 반기는 주민은 없었다. 선대부터 300여년 동안 월곶면에서 살아왔다는 민경국(65)씨는 “나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삐라로 북한 정권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대북 전단으로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곶면 주민자치회 위원인 최태성(64)씨도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남북이 모두 서로 전단을 보내고 싸웠지만, 이제는 평화를 추구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북한 정부가 과격한 언어를 쓰는 것은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평화의 길을 가면 된다”고 말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15일 <한겨레>가 찾은 경기 김포시 월곶면 마을 어귀엔 “지역경제 다 망치는 대북전단 살포 즉각 중단하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채윤태 기자
대북 전단을 뿌리러 오는 이들을 막으려는 듯 산 입구를 흙더미와 철조망으로 막아뒀다. ‘개인 사유지를 훼손하고 쓰레기 오염물질을 투척하는 것을 참다못해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적혀 있다.

마을에는 대북 전단을 뿌리러 오는 이들을 막으려는 듯 흙더미와 철조망으로 막아둔 둔덕도 눈에 띄었다. 언덕 입구에는 ‘개인 사유지를 훼손하고 쓰레기 오염물질을 투척하는 것을 참다못해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말은 쓰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부 탈북민 단체가 저 산 위에서 매년 대북 전단 풍선을 날리니까 땅주인이 차가 못 들어오게 막아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이 지목한 산에 오르니 고지대 평원이 나타났다. 북한에서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주변에 나무가 없어 전단을 날리기에 적합해 보였다. 이 곳에서 검문검색 중이던 경찰 관계자는 “이 산에서 상습적으로 대북 전단 풍선을 날려서, 24시간 경비 경력을 배치하고 수상한 차량은 일일이 검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급감한 매출을 감내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남북 간 긴장은 큰 부담이 된다. 월곶면 곳곳에는 “지역경제 다 망치는 대북전단 살포 즉각 중단하라”라는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48)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되긴 했다. 꼭 대북 전단 살포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접경 지역은 영향이 없지 않다.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단골들 빼고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포/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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