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선박건조장 철문 열자..우버의 꿈 '하늘 택시' 있었다

박민제 입력 2020. 6. 16. 06:01 수정 2020. 6. 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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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엘리베이트는 오래된 선박 부품 제조 공장을 리모델링해 사용 중이다. 박민제 기자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부두 ‘피어(pier)70'. 오랫동안 선박건조장으로 쓰였다는 붉은색 낡은 벽돌 건물에선 좀처럼 입구를 찾기 어려웠다. 진흙탕 길 도로변을 한참 헤맨 끝에 발견한 철문 안으로 들어가자 녹슨 철골 뼈대 사이로 우버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 한 대가 있는 곳, 우버의 항공 라이드셰어링(승차공유·ride sharing) 연구개발(R&D) 기지인 '우버 엘리베이트' 본사다.

우버는 이곳에서 ‘날아다니는 택시’로 불리는 eVTOL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앱에서 터치 한 번만 하면 누구나 하늘 위를 날아 편히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20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 호주 멜버른 등에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와이어트 스미스 우버 엘리베이트 사업전략 총괄은 “기존 승차공유 플랫폼 안에 사람과 물건의 일상적 비행 서비스를 엮어 넣을 것”이라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데, 비싸지 않고 친환경적인 비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Q : 왜 도시 비행인가.
A :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버튼 하나로 바로 비행하거나 배달받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꿈꾼다. 현재 많은 도시들이 교통체증 문제를 겪고 있는데, 비어있는 도시 위 하늘 공간을 적극 활용해 이동시간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Q : 기존 서비스와 뭐가 다른가.
A : 사람들이 원할 때 막힘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우버)는 이미 다양한 지상 이동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집 또는 사무실에서 우버 차를 타고 도심 내 스카이 포트(이착륙장)로 간 다음 비행하고 내려서 최종 목적지까지 간다. 중요한 건 비행기에서 자동차로 이동이 곧바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안 그러면 시간 절약의 이점이 사라진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차량 이동 서비스에 비행 서비스를 접목하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비용을 낮춰 모든 사람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와이어트 스미스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은 수직이착륙기(eVTOL)가 우버 앱내 여러 지상이동서비스와 끊김없이 연결되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박민제 기자.

Q : 헬리콥터가 아닌 eVTOL을 새롭게 만드는 이유는.
A : eVTOL의 경제성이 있으려면 시속 150마일(약 240㎞/h) 이상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파트너들이 개발 중인 eVTOL에 요구하는 속도다. 그러기 위해선 헬리콥터처럼 회전 날개(회전익)로 수직 이륙한 다음, 앞으로 나갈 때는 비행기 날개 같은 고정익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상에서 구불구불하게 2시간 걸려 갈 거리를 5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Q : 요금은 어떻게 책정하나.
A : 우리의 목표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다소 비쌀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우리가 현재 지상에서 제공하고 있는 우버블랙(고급 택시)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5~10년 사이에는 우버엑스(카풀) 급으로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 본다.

Q : 어떻게 그렇게 요금이 싸질 수 있나.
A : eVTOL은 헬리콥터보다 간단하게 디자인됐기 때문에 정비 비용이 훨씬 적고 유지하기도 더 쉽다. 그래서 헬리콥터 3분의 1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 모두 전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도 적게 든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자가 직접 차를 주행하는 비용 수준으로 우리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차후에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되고 eVTOL을 자동차만큼 대량 생산하게 되면 가능할 것이다.

Q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 비용절감이라는 자물쇠를 풀기 위해 5개의 지렛대를 당겨야 한다. 우선 ‘비행 효율성’이다. eVTOL은 자동차보다 빠르니 동일한 시간에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어 각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용도’다. 4인 좌석을 기본으로 하는데 탑승자 간 비용을 나눠서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완전한 전기이용'이다. 석유보다 전기는 싸다. 네 번째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초기에는 조종사와 승객 4명이 함께 타지만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가 쌓이면 완전 자율주행으로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량생산'이다. 지금 자동차만큼 eVTOL을 대량 생산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Q : 항공기·자동차 제조사와 협업 중인데, 진행 상황은.
A : 보잉, 벨, 카렘항공, 조비항공 등 비행기·헬리콥터 제조사가 파트너다. 현대자동차와도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협업을 발표했다.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트너들에게 유상탑재 중량, 속도, 범위, 충전시간 등 ‘경제적 요구 사양’을 제시했다. 우버의 생산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탑승 기기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다.

Q : 현대차는 자동차 회사인데.
A : 현대차는 전기차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세계 선두주자 중 하나다. 이런 자동차 생산역량을 항공제품에 적용하면 새로운 형태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행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버가 미국 로스엔젤레스 등에서 짓고 있는 수직이착륙기 탑승 플랫폼 스카이포트 이미지. [사진 우버]

Q : 우버의 역할은.
A : 우버는 항공기 제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적 요구 사양’을 초과 달성할 수 있는 항공기를 만들어줄 8곳의 파트너가 있다. 대신 우리는 소비자 수요를 맞추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착지까지 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방법을 하나로 통합해 제공한다. ‘멀티 모달(multi-modal·앱 하나로 다양한 이동수단을 모두 이용하는 방식)’을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방법을 통해 구현한다. 미래에는 어떤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Q : 언제 출시되나.
A : 기술은 2023년이면 준비될 것이다. 정부 인증도 그때쯤이면 받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 주, 호주 멜버른 등에서 활발하게 준비 중이다.

Q : 서울에는 언제 나오나.
A : 서울은 굉장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이곳에서 탄탄한 지상 이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서울의 탑승객들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버가 플랫폼을 키워나가는 미래로 가기를 원한다. 우선 목표는 차량 비즈니스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가 확장되면 '우버 에어'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다. 우버는 한국 사회에 일원이 되고 싶다.
샌프란시스코=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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