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짧다"..속옷 보이는지 학생들에 확인시킨 교사들

조아현 기자 입력 2020. 6. 16. 07:00 수정 2020. 7. 22. 22: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사 "보이게 하니까 보는 것 아니겠느냐" 발언..여학생들 반발
시교육청, 정서적 학대 수사의뢰 요청.."관련자 직무배제 등 요구"
자료사진.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복장 규정을 지도하면서 여학생들을 의자에 앉혀놓고 속옷이 보이는지 치마 속을 들여다봤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부산시교육청과 A사립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A고교에서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과 담임을 맡고 있는 여자교사들은 2학년 여학생 전체를 모아 복장규정 등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남녀공학인 A사립고에서 1학년과 2학년 여학생들만 대상으로 진행된 이른바 '여학생 간담회' 였다.

간담회 장소에는 책상을 사각형 모양으로 붙여 학생과 교사들이 둘러앉도록 자리가 배치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교복 치마 길이와 화장, 액세서리 착용에 대해 지도했고 학교 규정상 치마 길이는 앞무릎에서 3㎝ 위가 기준이라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무릎 뒤 기준 10㎝ 위까지 허용하는 방안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교사들은 간담회에 참석한 여학생 가운데 치마가 짧은 학생과 치마가 비교적 긴 학생들을 지목한 뒤 중앙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혔다.

이후 교사들은 의자에 앉은 여학생들의 치마 안 속옷이 보이는지 들여다보거나 다른 여학생들에게 직접 확인하도록 시켰다.

간담회에는 여자교사는 물론 남자교사도 참석한 자리였다. 학생들은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지만 앞에 앉은 학생의 치마 속을 억지로 봐야만 했다고 증언했다.

교사들은 간담회에 참석한 여학생들의 치마를 직접 30㎝짜리 플라스틱 자로 재거나 여학생들을 시켜 서로의 치마가 무릎에서부터 몇 센티나 짧은지 측정하도록 지시했다.

이같은 일은 이틀 뒤인 지난 10일에도 반복됐다. 7교시가 끝난 이날 오후에는 1학년 여학생 간담회가 실시됐다.

한 남자교사는 간담회에 참석한 여학생 가운데 치마가 짧은 학생과 비교적 길어 보이는 여학생들을 세워두고 무릎에서부터 치마가 얼마나 올라오는지 자로 재려고 시도하다 주변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지목당한 학생들은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치마 안 속옷이 보이는지 교사들에게 확인 받아야 했다.

당시 학생들은 교사들을 향해 서거나 앉아 있었고 책상 앞 자리에 앉은 여러 명의 교사들은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B학생은 "저는 그때 치마를 안 입고 있어서 당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타인이 자신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을 기분 좋게 여길 사람은 없다"면서 "이의를 제기하면 '토를 단다' '징계를 주겠다'면서 선생님들이 겁을 줬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C학생은 "여자 선생님 한 분은 '뭐든지 간에 (너희가) 보이게 하니까 보는 것 아니겠느냐' 라고 이야기 했다"며 "학교에 남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여학생들이 치마 길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도받고 주의를 당하는 일은 기분이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을 보고받은 시교육청은 정서적인 아동학대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학교측에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아동학대 관련 사안으로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A고교 학교장은 "내부에서 여학생 치마가 너무 짧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치마 길이에 대한 학칙을 두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학생과 교사 간에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같다"며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자체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교사 D씨는 "공식적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학교 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간담회 자리였고 복장 규정을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완화할 수 있는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또 "여자 선생님들이 주로 치마 길이를 지적하면서 단정한 복장 차림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80년대처럼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련자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도록 A고교에 요구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별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2015년부터 부산지역 전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학교규칙(학칙)을 일괄 제·개정 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부산지역 전체 학교의 학칙 제·개정 작업을 1차로 마무리한 시교육청은 A고교가 언제 컨설팅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개선 요구 사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choah45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