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 포문 열리지 않길"..연평도,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에 불안

김상연 2020. 6. 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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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했던 분위기, 보도 이후 어두워져.."도발 소식 들려오면 떠나고 싶어"
주민들 "5월부터 북쪽 포격 소리 잦아져".."꽃게 금어기 전까지 별일 없기를"
문 닫힌 북한 해안 포진지 (연평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고 밝힌 1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해안 포진지 모습. 2020.6.17 yatoya@yna.co.kr

(연평도=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바다 너머에 있는 저 포문들이 열리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16일 서해5도 중 북한에 가장 인접한 인천 옹진군 연평도.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한의 비난이 거세지며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내비쳤지만, 연평도 망향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포진지는 굳게 닫혀 있었다.

군 생활 3년을 제외하면 평생을 연평도에서 지냈다는 김지권(62)씨는 산림 정비 일을 하면서 틈틈이 북한 쪽 상황을 살핀다고 했다.

그는 "5월 초부터 북쪽에서 들려오는 포격 소리가 잦아졌다"며 "이곳에서 산림 정비를 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래도 연평도를 향하는 포문은 줄곧 닫혀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에게 북한의 '닫힌 포문'이 일상화된 것은 2018년에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다.

남과 북은 군사합의를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포신에는 덮개가 설치되고 포문은 닫혔다.

연평도 앞바다 경계하는 해군 함정 (연평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북한군이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고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16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경계를 서고 있다. 2020.6.16 yatoya@yna.co.kr

그렇기에 연평도 주민들은 최근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이 달갑지 않다.

주민 이칠선(70)씨는 "10년 전 연평도 포격 당시 아픔이 워낙 커서 이곳 주민들은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면서도 "남북 관계가 악화할 때면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서해 NLL 상에서 북한의 포진지 동향은 남북 관계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핵실험 등 도발을 할 때마다 해안포 문을 열고 긴장을 고조시켰다.

반대로 남북 고위급 접촉 등으로 긴장이 완화하면 포문을 닫았다.

연평부대 해병대 관계자는 "군사합의 후 북측 포진지는 문이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병대원들은 항상 북측을 주시하며 경계 작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연평도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한 건물에 모여있는 연평초·중·고등학교에는 111명의 학생이 정상적으로 등교를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초등학생들은 교정 한쪽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술래잡기가 한창이었다.

몇몇 주민들은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진 정자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눴다.

어민들은 7월부터 시작하는 꽃게 금어기를 앞두고 막바지 조업에 한창이었다.

연평도 어촌계장 출신인 박태원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꽃게 조업은 6월 30일을 끝으로 당분간 중단된다"며 "금어기까지 별일 없길 바라며 어민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개처럼 꽉 막힌 남북관계 (연평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북한군이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고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16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망향전망대에서 옹진군 산림정비과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0.6.16 yatoya@yna.co.kr

그러나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연평도 주민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4시50분 보도를 통해 "16일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밝혔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백순옥(62)씨는 한쪽 눈을 찡그린 채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속보를 손님과 함께 보고 있었다.

백씨는 "연평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서 몇 년 전 섬으로 돌아왔다"면서 "이렇게 북한의 도발 소식이 들려오면 두려운 마음에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연평도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 대피소가 마을 곳곳에 있다.

하지만 섬 안에 있는 8개의 대피소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된 상태였다.

연평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변종현(61)씨는 "대피소에는 주방시설과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다"며 "주민들이 시설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어 비상시 바로 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씨는 "물론 대피소를 이용할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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