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장 부인 · 아들까지..입학 전 '무더기 자퇴', 왜?

강민우 기자 입력 2020. 6. 16. 21:12 수정 2020. 6. 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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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충원율 100% 달성한 김포대

여기는 경기도에 위치한 김포대학교입니다.

전체 학생이 5천 명을 넘는 사립 전문대학인데 올해도 1천300명 정도를 신입생으로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10%가 넘는 140명이 등록금을 내고도 입학을 하지 않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자퇴했습니다.

문제는 이 무더기 자퇴 과정에 이 학교 교수와 교직원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 대체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고, 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취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포대는 올해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했습니다.

대학 진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와중에 정원을 꽉 채운 성과를 낸 것인데, 입학 직전 자퇴생이 속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입생 10명 중 1명꼴로 자퇴를 한 것입니다.

SBS가 등록금까지 냈다가 입학 전 등록을 취소한 자퇴생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등록금을 보낸 계좌의 예금주 이름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교직원이나 교수와 같은 이름이 여럿 확인됩니다.

어떤 관계인지 자퇴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A 씨/김포대학교 자퇴생 : 그런 거 왜 물어보세요?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아요. 예 끊습니다.]

[B 씨/김포대학교 자퇴생 : 따로 지금 취재하시는 건가요? 이거를 제가 말씀드려야 하나요?]

답변을 거부당하기 수십 차례, 한 자퇴생이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C 씨/김포대학교 자퇴생 : ○○이 거기 직원이었거든요. 저한테 부탁을 하더라고요. 부정입학이죠 그러니까. 저는 뭐 다닌 적도 없고, 다닐 생각도 없었는데.]

교수나 교직원 부탁으로 신입생으로 등록했다가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수나 교직원의 친척이나 지인인 자퇴생이 무려 136명.

이 대학 부총장의 아내와 아들까지 포함됐습니다.


[김포대학교 교수 : 충원율 100% 해줘야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은 그렇게 얘기를 하면 아 어떻게 하라는 얘기구나 이거는 알잖아요. 더 이상 지원자가 없는 상태에서 100%를 해야 된다는 거는….]

김포대는 자체 감사를 벌여 가짜 신입생 유치에 관여한 교수와 직원 42명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도, 학교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정형진/김포대학교 총장 : 그러니까 지시받고 뭐 지시한 적도 없고, 또 보고받은 적도 없고, 교학 부총장이 감사에 나와서도 본인은 지시한 바도 자기도 보고받은 바도 없다.]

부총장 포함 교수와 교직원이 40명 넘게 관여했는데도 학교는 모르쇠입니다.

[김포대학교 교직원 : 다 그 부서장인 교학부총장한테 보고를 했었고. 뭐 부총장님도 다 윗선에 보고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와서는 (본인이) 안 했다고….]

문제는 이런 충원율 조작이 김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두원공과대 등 여러 대학에서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왜 신입생 충원율을 조작할까요?

교육부가 대학의 기본역량을 진단하는데 일정 기준을 채운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은 수십억 원대 지원을 전혀 못 받습니다.

특히 이 진단에서 충원율 항목의 배점은 전보다 배로 늘어서 20점.

1, 2점 차로 교육부 지원 여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충원율은 주요 항목입니다.


이렇다 보니 허위 입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채우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대학들이 선택한 적정 규모라는 건 '많으면 많을수록' 이거든요? (충원율이) 정부 지원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결국 정원 채우기 어려운 대학들은 충원율 조작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이걸 교육부가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대학 다 합치면 370개 이상 되잖아요? 그 대학들에서 조금 뭐라고 그런다 해서 교육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1년에 (감사) 나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져 있잖아요.]

가짜 신입생 만들기, 예산 낭비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대학 개혁의 취지까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최대웅,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이유진)

강민우 기자khanpor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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