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남북간 파국의 길을 택했나

조현호 기자 2020. 6. 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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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삐라 때문에 연락사무소 폭파? 문 대통령 "북미관계 힘든 것 알아" 발언도…향후 "개성공단 철거, 전방 재무장" 격랑속으로 우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파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면서 남북관계가 파국의 위기에 처했다.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킨 것은 거친 비난이나 바닷가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건물 설립과 유지에 우리측의 세금이 들어간 공적 재산일 뿐 아니라 소통의 상징인 탓이다.

북한은 왜 이같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북한은 대남 비난전이 시작된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문제 삼은 것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반공화국 삐라) 살포였다. 당시 김 부부장은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가 이날 곧바로 "대북삐라는 백해무익"(청와대 관계자) "대북전단 금지 법안 제정"(통일부) 등의 입장을 냈다. 7일엔 우리민족끼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의 선순환관계 언급을 들어 '달나라 타령'이라 조롱했다. 북측은 9일엔 급기야 모든 통신을 끊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쓰레기들의 반공화국적대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묵인을 문제삼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최고안보기관인 NSC가 지난 11일 긴급회의를 열어 직접 대북전단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랬더니 김여정 부부장은 13일 저녁 담화에서 "2년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것들이라면 북남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며 "늘 뒤늦게 설레발 치는 그것들의 상습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믿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약속도 걷어차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남조선 것들과 결별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너뜨릴 것이며 △총참모부에 행동의 행사권을 넘겨주려 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15일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까지 간곡히 제안했으나 하루도 되지 않아 대화의 창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켜버렸다.

▲북한의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사진=청와대 영상 갈무리

결국 대북 전단은 북한의 파국적 행보에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15일 두차례 대북 메시지를 보면 그런 행간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나는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안다"며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거듭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북한의 이런 불만 폭발의 배경이 '북미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있어서'라고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과 북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실천하자'고 한 것도 이런 협력의지로 해결해보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폭파 직전 브리핑에서 '우리정부가 대북전단 규제 약속까지 했는데도 북한이 왜 이렇게 강하게만 나온다고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정부 부처가 대응을 했다는 말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이처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불길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지도 의문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렇게 말한지 사흘만에 진짜로 비참하게 폭파시키리라고까지 예상했을지는 미지수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도 16일 저녁 NSC 긴급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사무소 폭파를 두고 "북측의 일방적 폭파"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서 정부의 대화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여지를 두었다.

향후 어떻게 한반도 운명이 어떻게 될지 우려가 나온다. 김 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다음단계의 행동으로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16일 아침 노동신문에 "비무장지대의 재무장과 요새화" 등 행동방안을 연구하라는 의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철거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센터장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의 한국정부 책임론' 제기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정당화에 이어 곧바로 개성공단의 완전철거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던 개성공단 지역을 확실하게 군사적 용도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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