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내세운 與 '보이콧'으로 답한 野.. 11 대 7 이뤄질 수 있나

이귀전 입력 2020. 6. 17. 06:02 수정 2020. 6. 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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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일하는 국회 동참하라" 통합당 압박 / 단독 원구성 강행 처리 다음날 / 상임위장 없는 상임위도 열어 / 김태년 "국난 극복 위한 책임 / 원구성 완료후 즉시 추경 착수" / 추경 처리 예결위장은 '야당몫' / 통합당 설득 난항.. 충돌 예고

더불어민주당은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한 다음 날인 16일 곧바로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민생 현안 처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민주당의 원구성 강행에 맞서 국회 일정 ‘보이콧’에 나선 미래통합당을 압박한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부터 상임위를 비상 가동해 국난 극복을 위한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 3차 추경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상임위원장이 선임된 상임위부터 시작하겠다”며 “원 구성이 완료됐을 때 즉시 추경 심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방역 관련 법안, 12·16 대책 후속 주택시장 안정화 5법,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등의 신속 처리를 공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총선과 코로나 팬더믹을 거치며 달라진 세상을 통합당은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통합당은 일하는 국회에 헌신할 좋은 기회를 낭비하지 말라”고 밝혔다. 송갑석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통합당은 민의를 거스르는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을 즉각 철회하고 제1야당으로서 지금이라도 일하는 국회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법제사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간사 선임 및 부처 업무보고 등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간사에 백혜련 의원, 외통위 간사에 김영호 의원, 산자위 간사에 송갑석 의원을 내정했다.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행정안전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이날 오후 관계 부처로부터 현안 관련 보고를 받았다.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업무보고, 코로나19 방역대책 입법과 3차 추경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지난 4일 국회에 제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처리를 위해 국회가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3차 추경은 6월 국회 회기 내 처리, 7월 초 예산 집행이라는 일정표가 지켜질 수 있도록 심사 착수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도 “3차 추경안을 정부가 제출한 지 12일이 지났지만 정부 부처 시정연설도 안 돼 내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위원회에 출석시켜 업무보고를 받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3차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야당 몫으로 정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임 등 통합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본회의를 열고 예결위를 포함한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지만, 통합당 원내지도부가 사퇴를 선언해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국회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상임위원회 위원 사임계'를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유상범, 홍석준, 조태용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선 조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예결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경을 처리해야 하는데 만약 (통합당이 예결위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을 경우 예결위에 대한 부분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통합당이 계속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예결위원장도 선출해야 한다. 시한을 두고 마냥 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내 관계자는 “예결위원장은 19일까지 반드시 선출돼야 하고 통합당이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민주당으로선 선출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주도의 원구성 강행에 동조한 이후 협치 부담을 느끼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 11(민주당)대 7(통합당), 법사·예결위원장 여야 분리’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점이 변수다.

◆통합당 긴급 비대위… 정국타개 묘수찾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 처리한 데 반발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미래통합당이 ‘강경 투쟁’과 ‘입장 선회’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가 이미 여당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강경투쟁 노선을 유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이미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민주당에 내어준 뼈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 타협론으로 돌연 태세를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데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긴급 비대위 회의를 소집해 “다수 힘만으로 의회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박병석) 국회의장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거대 여당이 민주주의 의회의 기본을 망각하는 현상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79년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집권 공화당에 의해 국회에서 제명된 일을 언급하며 “헌정사에서 다수의 횡포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인 김미애 의원은 “53년 만에 일방적인 단독개원, 제헌국회 이후 처음으로 상임위원 강제배정과 상임위원장 여당 단독 선출 등 매일매일 반민주적인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의원 45명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상임위 강제배정에 반발하며 일괄 사임계를 제출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중 일부는 상임위 전체회의에 들어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우리가 상임위 강제배정을 인정 못하는 상황인 만큼 사임계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면서 “(제1야당인 통합당 없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여는 것은 자기들끼리 당정협의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강제 상임위 배정받은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 민주당이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려는 데 대해 “11대 7로 나누지 말고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사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협상은 없다’는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그대로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야당이 차지해야 할 법사위를 강탈해가고 선심 쓰듯 상임위 몇 개 내어주겠다는 오만하고 굴욕적인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나머지 상임위 7개를 받아오면 오히려 우리가 비참해진다. 그리고 민주당도 아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면 우리는 그때 가서 간사를 정하고 위원들 보임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다만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과는 달리 장외투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입법 활동 등 원내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상임위 보이콧이 장기화될 경우 5개 분과로 의원들 그룹을 만들어 부처 보고를 받고 정책 활동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열고 “움켜쥔 주먹으로는 악수를 할 수가 없다. 손을 펴야 대화의 장에 함께 나설 수 있다는 게 (민주당에 대한) 저희 입장”이라면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국민 삶을 살필 수 있는 의원 입법에 몰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의 황보승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초선 의원 모임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초선들도 많은 고민을 하지만, 앞으로 많은 지혜를 모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때가 되면 상임위에 들어가서 증명하겠다”며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 후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공석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의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의를 밝혔다.

통합당 의원들은 전날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 재신임을 의결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이날 소집한 비대위도 재신임으로 의견을 모았다. 원활한 대여 협상과 대응을 위해서는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주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복귀를 설득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주 원내대표는)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 견제 기능을 완전히 배제하고 청와대를 뒷받침하는 거수기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는 여당의 선언”이라며 “지금이라도 합의에 의해 여야가 국회 원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통합당의 상임위 보이콧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귀전·장혜진·이창훈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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