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장관 사표 제출..文정부 안보라인 쇄신론 번지나

김태규 2020. 6. 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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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서훈, 작년부터 교체설..北 특사단 거부로 한계 입증
정세현 "대통령과 달리 참모들 안 움직여"..안보라인 비판
새 인사로 北과 대화 물꼬 기대감..文대통령 결심 달린 듯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연철 장관은 이날 "최근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2020.06.1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홍지은 안채원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의 뜻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 전반에 대한 책임론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저는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서 현재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다"면서 "여러가지를 고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한다"고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1차적인 책임이 주무 부처인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탈북자 단체의 삐라 살포 초기 국면에서 국내법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번복해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북한은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의 명백한 위반 행위를 인지하고도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난 공세를 쏟아부었다. 결국 북한은 지난 16일 오후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전격적으로 폭파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당장 김 장관에 대한 사표를 즉각 수리하지 않은 채 하루 정도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 사의와 관련해 오늘은 재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아니고, 금명간 재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 교체 자체가 북한에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선택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및 원로들과 오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06.17. photo@newsis.com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와 함께 남북 관계가 장기 교착으로 접어든 이후 취임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자신의 온전한 능력을 펼치기에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문재인정부 원년 멤버로 대북 정책에 깊게 관여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과 함께 교체설이 지난해 말부터 여권 내부를 비롯한 청와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북 특사단으로 정 실장과 서 원장을 극비리에 파견 보내려했지만 북한이 즉각 공개한 대목은 이들이 더이상 직접 북한을 움직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2년 전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4·27 판문점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실장은 미국, 서 원장은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정책과 대미 정책을 총괄한 정 실장의 경우 미국 중심 시각에 따라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 원장은 지난해 2월28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기에) 대통령은 움직이는데 참모들이 안 움직이니까 '이게 도대체 문재인이라는 사람까지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참모진들의 소극성을 질타했다.

또 "미국에 외교부 장관이 가고, 통일부 장관이 가고, 안보보좌관(안보실장)도 가는 식으로 연달아서 자기의 카운터 파트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으면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약속을 이행해 주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졌을 텐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서훈(왼쪽)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외교안보 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09.04.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참모진들이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해주지 않고 뒤로 빠진 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과 한 번 틀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한 카운트파트와의 인사를 명분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에 기대를 한다는 의미다.

당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과 경제 대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이 조성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적절한 교체 시점을 고려해 왔다고 한다.

21대 국회 원구성 이후로 진행하려던 인사 교체 시점이 북한의 반응과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는 반대로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은 데다 연쇄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체 시기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이라는 한 축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부분 개각의 축이 맞물려 있어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공세가 거세질수록 대내적으로도 외교 안보라인에 새 팀을 꾸려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그 시기와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의중에 달려있어 예측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rediu@newsis.com,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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