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GP 복원·NLL 군사훈련 재개"..'한반도 안전판' 무력화
[경향신문]
‘훈련 중지’는 합의서 핵심 사항…무력 충돌 가능성 고조
개성에 자주포·방사포 배치 유력…금강산도 군사기지화
북, 서해 해안포 사격 훈련 땐 남측도 대응 훈련 불가피
‘한반도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9·19 군사합의가 1년9개월 만에 파기 위기에 봉착했다.
북한군은 17일 군사합의에 의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군부대를 재배치하겠다고도 했다.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북한이 군사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DMZ 내 GP 철거와 NLL 및 MDL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중지는 군사합의의 핵심 사항이다. 북한군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을 받아 GP를 복원하고, 병력 및 화기를 재배치할 경우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다.
북한군은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포 등을, 한국군은 K-3·K-6 중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GP에 배치해 놓고 있다. GP에 설치된 중화기는 상대방 GP를 향해 조준 상태로 있다. 언제든지 사소한 실수라도 우발적 충돌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남북이 11개 GP 시범 철거에 합의한 것은 이런 위험성을 없애자는 취지였지만, 군사합의가 깨지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남북은 군사합의에 따라 지상 MDL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북한 총참모부가 접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은 이 합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 구간에서 훈련을 재개하면 한국군도 대응 훈련이 불가피하다.
북한군이 서해안 해안포 포문 등을 개방하는 등 전투태세를 격상하면 ‘해상 완충수역’ 합의 조항도 무력화된다. 북한군이 동·서해 NLL 완충수역(동해 80㎞·서해 135㎞)에서 해상 사격을 할 경우 남측도 대응 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또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예고했다. 병력은 연대급 규모이고, 장비는 대대급 이하 부대(구분대)에서 운용하는 수준의 화력을 갖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군 연대급 병력은 2000여명 수준이다. 개성과 금강산에 포병부대 중심으로 병력과 장비가 배치될 것이 확실시된다.
북한은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갖춘 북한군 62포병여단을 배치했다. 170㎜ 자주포는 사거리 54㎞, 240㎜ 방사포는 사거리 60㎞ 이상으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무기다. 북한군은 사실상 연대급 병력인 62포병여단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 착공되면서 3㎞ 뒤쪽의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이동한 6사단 예하 ‘천마호’ 전차대대나 ‘준마호’ 장갑차대대가 다시 전진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고성군 온정리에 있는 남측 관광객 숙박시설을 철거하고, 방사포부대나 기갑부대를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폐쇄됐던 장전항 잠수함(정) 부대의 재배치 여부도 주목된다. 북한군이 실제로 화력을 전진 배치할 경우 한국군은 그 수준에 따라 차기 다연장로켓(MLRS) ‘천무’를 대응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철모 쓰고 총에 착검”
군 감시 장비에 포착…북 ‘준전시 선포’ 가능성도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 북한군이 고사총으로 사격훈련을 하며 무력시위를 벌인 데 이어 평소와 달리 전투모가 아닌 철모를 착용하고 총에 착검을 한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북한군이 군사적 긴장지수를 높이기 위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북한군 부대에서는 감시초소(GP) 안에 있던 14.5㎜ 고사총을 초소 밖으로 꺼낸 정황도 확인됐다. 이는 대북 전단이 날아올 경우 사격하겠다는 시위인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군 당국은 2015년 북한군 지뢰도발로 촉발된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은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최전방을 비롯해 공중과 해상에서 감시자산을 강화해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특히 접적지역에서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전방 지역에서는 열상감시장비(TOD)를 비롯해 시긴트(감청·영상정보) 장비를, 공중과 해상에서는 피스아이(항공통제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을 통해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군은 올해 4월20일부터 전날까지 진행했던 화살머리고지 6·25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기상, 부대원 휴식, 현 상황 등을 고려해 이날 작업을 하지 않았고, 내일(18일) 다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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