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 엎친 데 전단 덮쳐 '폭발'..정부, 중국과 긴밀 협의를"

박용하·김형규·심진용 기자 2020. 6.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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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일 강공..전문가들이 보는 배경과 전망

[경향신문]

1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난에 북·미 협상 답보 ‘남한, 해준 게 뭐냐’ 실망 넘어 분노
북, 체제 존엄 중시…정부 ‘대북전단 미온 대처’도 주요 요인
미국 겨냥 ICBM 발사 가능성…긴 호흡으로 ‘냉각기’ 관리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실망감과 내부 경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17일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북한을 대하는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고, 국제공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의 기류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북한이 한국에 가진 오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남북 간에 맺은 합의의 불이행이나 미진한 북·미관계, 미국에 경도된 한국 정부의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선 분노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급속한 경제 악화는 핵심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최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평양시민들의 경제 문제를 의제로 올린 바 있다”며 “경제가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면 초조할 텐데, 남북 평화 분위기로 총선에서 이긴 여권이 자신들에게 해준 게 없으니 불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경제가 개선되려면 북·미관계를 뚫어야 하는데, 미국이 상황이 안 좋으니 약한 고리인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국가”라며 “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간 원인은 전단 살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이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의 절반 이상은 대북전단에 대한 이야기였다”며 “북한 입장에선 대북전단이 도발의 단순 핑곗거리가 아닌데, 우리 정부의 사태 인식과 대응이 미온적이라 화가 났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대응이 대남공세에 집중될 것이라 예상했다. 최용환 실장은 “북한은 우리와 합의해서 진행한 것을 원상복구시키겠다고 했다”며 “JSA(공동경비구역) 비무장이나 화살머리 통로, 남북철도 연결 등에도 ‘몽니’를 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교수는 “현재로선 서해 북방한계선(NLL) 쪽이 가장 위험하다”며 “다만 이미 군사대응을 예고한 상태에서 직접 공격은 효과가 떨어진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엽 교수는 “미국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해 줄 가능성이 낮고, 미·중 갈등도 심화된 상황이라 북한이 이런 행동까지 할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냉각기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금은 할 게 별로 없는 상태”라며 “상황을 일단 진정시킨 뒤 통신을 넣거나 대북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조급하게 임기 내에 뭔가 해야 한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상황을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을 대하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며 “우리 국민들도 대북 활동을 할 때 전단 살포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하면 안 되며, 남북 합의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 것도 북한에 주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실장은 “정부가 북한에 경고도 해야겠지만,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언급도 해야 한다”며 “대북전단 문제를 분명히 매듭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대응도 중요해졌다. 박원곤 교수는 “중국은 지금 유일하게 소통을 하는 국가인 만큼 외교적으로 중국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긴 호흡으로 상황을 관리해나가면서 한·미 간의 협의와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하·김형규·심진용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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