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미향이 할머니 앵벌이"..위안부 피해자 가족 뭉쳤다

이우림 2020. 6. 18. 16: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민주 목사가 지난 16일 인천 연수구 황선희 목사(길원옥 할머니의 아들) 자택에 방문한 모습. 사진 왼쪽부터 이 목사, 길 할머니, 황 목사. 이 목사 페이스북 캡처.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어머니를 앵벌이 시켰다. 더는 다른 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가족들이 직접 나서겠다.”
침묵하던 위안부 피해자 가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품 불법 모금, 부실 회계 의혹이 증폭하면서다.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아들 황선희 목사는 18일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위안부가족대책협의회(위가협ㆍ가칭)’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황 목사 “정의연 욕심 지나쳤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전문가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가 아닌 위안부 피해자 가족이 직접 뭉쳐 회의체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목사는 “정의연은 이전부터 위안부 피해자 가족들이 모이는 걸 싫어했다. 본인들이 중심이 돼 가족들을 관리하면서 뭉치는 걸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연이 30년 동안 고생한 것은 맞지만, 욕심이 지나쳤다”며 “회계 부정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정의연을 이끌었던 윤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목사는 지난 11일 정의연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머물던 길원옥(92) 할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고 있다.

위가협은 황 목사와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민주 목사가 중심이 됐다. 이 목사는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이 터지자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에서 “더는 위안부 피해자였던 어머니를 이용하거나 고통스럽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이 목사는 “반일도 중요하고 일본의 사과도 중요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어머니가 모두 늙고 병들었으며 그나마 몇 분 남지 않았다”며 “더 늦기 전에 그분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중간에서 착복한 이들에 대해 심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6일 대구 중구 서문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 행사에 참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이 목사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가협을 결성한 배경에 대해 “정의연과 나눔의집 사태를 보면서 실제 피해자인 어머니들이 소외되고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용수 어머니를 도와 피해자분들께 직접 도움될 수 있는 있을 하고자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들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순수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가족 모임이 이제라도 생길 수 있게 해준 이용수 어머니의 용기 있는 외침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위가협은 현재 다른 피해자 가족들과 접촉 중이지만 일부는 자신들의 신상이 드러날지 모른다며 공개를 꺼린다고 했다. 이 목사는 “더 많은 사람이 모였으면 좋겠다”며 “여전히 피해자 가족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가협은 피해자 가족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목사는 “최근 진보 성향을 가진 불특정 사람들이 나를 빨간색 종자라고 하면서 우파로 매도한다”며 “무차별 문자 테러를 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떠나서 정의연ㆍ나눔의집 사태를 해결하고 피해자 어머니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