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포격하나" 10년전 악몽 되살아난 연평도.. 대피소 다시 열어

김영훈 2020. 6. 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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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포격 당시의 충격은 겪은 사람만 알 수 있어요."

최근 4년 동안 연평도 어촌계장을 맡았던 박태원(59)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연평도 봄 어장의 어기가 10여일 밖에 안 남아서 어민들은 초조하기 그지없다"면서 "과거처럼 또 다시 연평도에 포격이나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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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北도발 우려, 밤잠 못이뤄

코로나로 폐쇄된 임시 대피소 개방

막바지 꽃게 조업 타격… 한숨만

[저작권 한국일보]18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북한 개머리 지역. 김영훈 기자

"10년 전 포격 당시의 충격은 겪은 사람만 알 수 있어요."

70년째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살고 있는 김재옥(83)씨는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불안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왔다는 김씨에게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도발은 70년 전 전쟁의 트라우마나 마찬가지였는데, 재차 그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색된 남북관계로 연평도에 또 다시 폭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북한이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접경지역인 연평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등을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높여가면서, 과거 북한의 포격 도발을 겪었던 연평도 주민들은 또 어떤 돌발 행동이 발생할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연평도에는 현재 2,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8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는 서해 5도로 향하는 선박에 승선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새벽부터 계속된 해무로 인해 예정된 시간 보다 한 시간 넘게 출항이 지연되면서 부대로 복귀하려는 군인들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다분했다. 해병대 최모 일병은 "육지에서 남북관계가 긴장상황에 놓인 것을 보고 부대원들끼리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부대로 복귀하면서도 경각심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평면 조기역사관에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한 10km 거리의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개머리 해안가, 장재도 등 인근 섬에서는 특이사항이 포착되지는 않았다. 개머리 해안가는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를 포격했던 곳으로 해안포 부대가 줄줄이 배치되어 있다.

북한의 특이동향이 없다 해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해병 부대의 대비태세는 최고 수위였다. 연평도를 방어하고 있는 해병대 부대에서는 심야에만 펼치는 초소 경계작전을 주간까지 연장하는 등 최고 경계령이 내려졌다. 연평부대 관계자는 "북한 해안포의 포문은 그대로 닫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작전대비태세를 더욱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임시 폐쇄된 섬 곳곳의 대피소도 다시 개방됐다.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은 즉시 대피소로 이동하게 된다. 2중 출입문을 지나 화장실과 취사실, 비상 진료소까지 갖춘 대피 공간에는 방목면과 담요 등 주민들이 장기간 체류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비상 물품이 가득하다. 출입문을 포함해 모두 4개의 문을 지나 나타나는 주 대피소는 주민 수백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닫아뒀던 지역 대피소 8곳을 열었다"며 "비상식량 수급 상태 등을 확인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었다"고 했다.

막바지 꽃게철을 맞아 조업에 나선 어민들도 북한의 도발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긴장 국면이 지속될 경우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4년 동안 연평도 어촌계장을 맡았던 박태원(59)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연평도 봄 어장의 어기가 10여일 밖에 안 남아서 어민들은 초조하기 그지없다"면서 "과거처럼 또 다시 연평도에 포격이나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 한국일보]18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마련된 대피소. 북한의 폭격 등 비상사태 발생시 인근 주민들이 피신할 수 있는 곳이다. 김영훈 기자

연평도=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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