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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길원옥 할머니, 쉼터 떠나며 외쳤다 "이제 우리집 간다!"

원우식 기자 입력 2020. 06. 19. 02:00 수정 2020. 06. 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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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장련성 기자

“이제 우리 집 간다!”

지난 11일 오전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마포쉼터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아들 집으로 출발하는 차량을 타서 이렇게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이 지난 6일 숨진 채 발견된 후, 정의연 측은 지난 14년간 서대문·마포 쉼터에서 생활한 길 할머니가 쉼터에 남기를 원했지만, 길 할머니는 쉼터를 떠나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길 할머니 며느리 조모씨의 입장을 담은 문서에 따르면, 손 소장의 사망 이후 정의연 측과 길 할머니의 아들 황모(60) 목사 내외는 길 할머니의 거처를 두고 입장이 갈렸다. 양 측이 서로 ‘길 할머니를 우리가 모시겠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다.

조씨에 따르면 손 소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7일, 황 목사와 조씨는 마포쉼터를 찾아갔다. 마포쉼터에 거주하는 길 할머니가 손 소장의 사망 이후 혼란스러워 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당시 쉼터 입구에 기자들이 많이 있었고, 정의연 관계자들과 윤미향 의원 부부도 (쉼터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쉼터에서 며느리 조씨는 윤미향 의원과 고성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조씨에 따르면, 윤 의원은 조씨를 향해 “요구하신 돈 사용내역 때문에 소장님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씨는 “내가 그 정도 요구한 것이 과한 요구였냐”고 맞받아쳤다. 조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큰소리가 났다”고 했다. 이어 조씨는 “(정의연 측에)어머님 준비되는 대로 모셔가겠다고 말했다”며 “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쉼터를) 나왔다”고 했다.

이틀 후(9일)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한 사무총장은 “할머니를 모셔가는 것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시냐. 할머니는 쉼터에서 살고 싶어 하신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씨는 한 사무총장에게 “이젠 (어머니가) 가족과 함께 사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고, 한 사무총장은 “내일 변호사에 문의해서 전화를 다시 한번 주겠다”고 말했다. 조씨가 “우리 어머니를 못 보내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한 사무총장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11일 오전 8시 30분 쯤 황 목사 부부는 이삿짐센터 기사를 불러 마포 쉼터에 찾아갔다. 조씨는 “쉼터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길 할머니)가 정의연 식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길 할머니를 데려가겠다고 요구하자 정의연 측은 “모든 것을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며 맞섰다. 조씨는 “어머니의 남은 생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의연 측에 부탁했다.

양 측은 최종적으로 길 할머니의 의사를 묻기로 합의했다. 길 할머니의 대답은 “여기서 떠나지 못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황 목사 부부는 곧바로 길 할머니를 차에 태워 쉼터를 떠났다. 조씨는 입장문에서 “기자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서 차에 타고 출발하는 순간 우리 어머니 첫 말씀은 ‘이제 우리 집 간다!’였다”고 했다. 이어 “어머님이 얼마나 집으로 오고 싶었는가, 가슴이 미어졌습니다”고 밝혔다.

본지는 길 할머니가 쉼터를 떠날 당시 상황에 대한 정의연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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