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없는 '라방' 한번 뜨면 매출 1000% ↑..홈쇼핑 "우린 어쩌라고"

최동현 기자,이비슬 기자 입력 2020. 6. 19. 06:25 수정 2020. 6.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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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실시간 앞세운 라이브커머스, 온·오프라인 '대세'로 부상
"홈쇼핑도 아니고 방송도 아니고..송출수수료 안내 가격 경쟁력↑
모바일 V커머스 스타트업 '그립'(GRIP), 네이버 '셀렉티브' 라이브방송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이비슬 기자 = # 애플리케이션을 켜자마자 수십개의 '라이브방송'이 펼쳐졌다. 신상 원피스를 소개하는 호스트(진행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에 따라 한 바퀴 빙글 돌거나, 옷을 뒤집어 안감을 비춰준다. 마음에 들면 댓글창 옆 '스토어'(상점)를 눌러 결제하면 된다. 흥미가 없으면 손가락으로 쓱 넘기면 그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새로운 방송이 열린다. 모바일 V커머스 스타트업 '그립'(GRIP)의 한 장면이다.

신개념 쇼핑 플랫폼 '라이브커머스'가 유통업계를 순식간에 장악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방구석에서 TV홈쇼핑을 보듯 상품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특히 라이브커머스의 실시간·쌍방향·직관성 3가지 특성이 2030세대 입맛과 맞아떨어지면서 '열풍'이 됐다. 백화점과 이커머스, 편의점 등 각종 유통채널은 물론 패션·식품 제조사마저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라이브커머스 전성시대'다.

◇실시간·쌍방향 앞세운 '라이브커머스'…백화점·제조사도 진출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 4월20일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 라이브방송(라방)을 열었다가 '대박'을 쳤다. 라방에 등장한 아이오페 '스템3 앰플' 거래액이 평소보다 1920% 폭증했다. 동시 시청자는 무려 13만명에 달했다.

우연한 행운이 아니다. 11번가는 5개월 연속 '라방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조성아뷰티' 라방 거래액은 평일 대비 1179% 치솟았다. 3월 '에뛰드', 5월 '헤라' 라방에서는 주문량이 각각 769%, 359%씩 뛰었다. 6월 새롭게 선보인 '김준호랑이김'은 첫날부터 1000세트가 판매되면서 수산물 카테고리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11번가는 곧바로 '동영상'을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지난 3일 "올해 내에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동영상 커머스 선도'를 선언했다. 11번가가 올해 도입한 '라방'과 동영상 구매 후기 서비스 '꾹꾹'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11번가 스킨케어·메이크업 카테고리 내 20대 여성 고객 비중도 10%에서 15%로 단숨에 불어났다.

백화점·아울렛·편의점·헬스앤뷰티(H&B)숍·가전매장 등 오프라인 채널들도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AK플라자는 지난해 9월 그립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같은 해 12월 라이브쇼핑 채널 '100LIVE'를 개설하고 매일 생방송 판매를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3월부터 네이버와 함께 '백화점 윈도 라이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4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해 시동을 걸었다.

롯데아울렛 파주점이 지난 4월 진행한 '아디다스 창고 털기' 라이브방송에서는 1시간 만에 4만6000명의 소비자가 몰려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GS25가 5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진행한 라이브커머스에서는 1시간20분만에 2600개의 상품이 팔렸다. 롯데하이마트는 4월 '하트라이브'를, CJ올리브영은 지난 15일 '올라이브'를 각각 론칭했다.

급기야 패션·식품 제조사까지 라이브커머스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 10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네이버 셀렉티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트서플라이 신제품을 소개했다. 오뚜기, 대상, 롯데푸드, 하림, CJ제일제당도 주력 상품을 앞세운 '생방송 직접 판매'가 한창이다.

라이브커머스가 뚝 끊겼던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11번가 에뛰드 라이브방송(11번가 제공)© 뉴스1

◇라이브커머스 쑥쑥 크는데…'규제' 묶인 TV홈쇼핑 속앓이

반면 라이브채널의 부상을 지켜보는 온라인 유통채널의 속내는 퍽 복잡하다. 오프라인 채널로부터 온라인 시장을 방어하려면 라이브커머스가 필수지만 동시에 라이브커머스가 기존 온라인 채널을 잠식할 우려도 있어서다.

TV홈쇼핑이 대표적이다. 라이브커머스는 호스트가 생방송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 사업 모델을 빼닮았다. 그러나 Δ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Δ송출 수수료도 부담하지 않으며 Δ규제 법령도 없는 라이브커머스의 경쟁력이 TV홈쇼핑을 압도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사실 TV홈쇼핑은 가장 먼저 라이브커머스에 진출한 업종이다. TV홈쇼핑은 4050세대가, 라이브커머스는 2030세대가 타깃 소비층이기 때문에 라이브커머스를 병행하면 소비층을 전 세대로 넓힐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 모바일 쇼핑 채널 '몰리브'를 개국하고 패션·뷰티·식품 등 총 7개 주제로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쇼핑 라이브', NS홈쇼핑은 '띵라이브'로 모바일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다. 공영홈쇼핑도 지난달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위한 'MLC사업부'를 신설하고 라이브커머스를 추진 중이다.

TV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사업모델과 형식이 비슷하지만, 주요 소비층은 확연하게 다르다"며 "TV홈쇼핑에 대한 4050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2030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본질적인 '대응책'은 안갯속이다. 신생 플랫폼인 라이브커머스는 아직 산업적으로나 법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없는 '모호한 공백'에 머무르고 있어서다.

유통업계가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라이브커머스는 '모호한 자유'를 누리며 무제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송법상 심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표현과 연출이 서비스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가 송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TV홈쇼핑에는 약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사와 T커머스 5개사는 지난해에만 총 1조7500억원의 송출 수수료를 부담했다. 2014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8%씩 인상된 셈인데, 2019년에는 매출액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송출 수수료에서도 자유롭다.

고정비용의 차이는 '플랫폼 경쟁력'의 격차로 이어진다. 라이브커머스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 수수료는 TV홈쇼핑의 3분의1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길어질수록 TV홈쇼핑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나 TV홈쇼핑이나 사업모델이 비슷한데, 규제와 비용은 한쪽(TV홈쇼핑)에만 치우쳐진 형국"이라며 "TV홈쇼핑 내부에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라이브커머스 사업자는 대부분 통신중개업이고, 통신판매업자여도 상품 분쟁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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