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없애는 일몰제는 반헌법적"..열흘 뒤 시행 공원일몰제 두고 서울시 토론회

김기범 기자 입력 2020. 6.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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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시 내 공원시설 중 공원부지로 매입되지 않은 지역을 공원부지에서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공익을 훼손함은 물론 헌법을 위반한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도시계획시설 중 도로, 상하수도 등이 대부분 중앙정부 예산으로 조성되었음에도 정부가 도시공원 매입에 소극적으로 나선 것에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회원들이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국공유지 해제 대상지 5057곳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공원에서 쫓겨나는 시민들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 이후 20년이 경과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제도로 전국 4421개 도시공원이 효력을 잃고 해제된다. 강윤중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재홍 환경보건분과위원장은 19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도시공원 일몰제도의 위헌성과 대안 입법 방향’이라는 제목의 기조 발제에서 도시계획시설 다수가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마련되었지만 유독 도시공원에 대한 지원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토계획법은 도시계획시설 사업 중 도로, 상하수도, 학교, 도시공원 등을 지방사무로 분류하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국고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 도로는 83%, 상하수도는 100%가 계획대로 집행됐다”며 “이와 달리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는 도시공원사업은 54%가 미집행 상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위헌적 법 현실의 폐해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사업 중 특히 도시공원에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나대지의 경우 보상규정 없이 장기간 사적 재산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며 나대지에 대해 일몰제를 도입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나대지를 제외한 토지에 일괄적으로 일몰제를 적용하도록 한 것은 해당 도시공원을 사실상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도시민들의 공원향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과 최소침해성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원녹지법이 장기미집행도시공원 부지 중 국공유지에 대하여는 별도의 일몰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유지에 대해서도 이용현황과 지목 등을 고려한 일몰제 적용이 가능함에도 일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 기구인 서울시녹색서울시민위원회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이날 토론회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시행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도시 내의 공원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공원으로 지정된 지 20년에서 최대 45년 이상의 자연공원에 대해 도시공원에 대한 전체 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시에 해제시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다음달이면 전국에서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40㎢의 도시공원부지가 공원에서 해제돼 개발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이처럼 넓은 면적의 공원부지가 해제되는 것은 다음달 일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25년까지 총 504㎢ 면적의 도시공원이 순차적으로 해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시설로는 도로 등 교통시설, 공원 등 공간시설, 수도 등 공급시설, 학교와 공공청사 등 공공시설, 유수지 등 방재시설, 장사시설 등 보건위생시설, 폐기물처리 및 재활용시설 등 환경기초시설 등이 있다.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회원들이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국공유지 해제 대상지 5057곳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공원에서 쫓겨나는 시민들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공원) 결정 이후 20년이 경과되면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제도로 전국 4421개 도시공원이 효력을 잃고 해제된다. 강윤중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도 도시공원 일몰제의 위헌성을 포함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도시계획학 박사인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기획위원은 “도시공원은 미세먼지와 폭염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도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다음달 실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맹 위원은 또 “헌법재판소는 산과 논밭의 도시공원의 지정은 대지(평지)와 달리 과도한 사유재산권침해가 아니며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시했다”며 “즉 도시공원일몰제도로 도시공원이 대량 해제된다면 이는 헌법이 아닌 미흡한 법 제정이 책임임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는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위해 토지소유자들을 위한 다양한 보상수단을 마련함으로써 도시공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부와 입법기관에 조속한 대책 수립을 주문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일몰제에 따라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땅 가운데 국공유지와 대지 외 부지(임야·논밭)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올해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사유지를 매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사유지 전체 매수에 약 16조1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2019년 1월 공시지가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시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2조9356억원을 투입해 6.93㎢ 면적의 사유지를 매입한 바 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작 도시공원 일몰제의 폐해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정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생뚱맞은 자화자찬식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사라질 뻔한 도시공원 84%를 지켜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시민사회의 비판을 사고 있다.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정부·지자체·거버넌스의 노력으로 공원일몰 대상지의 84%인 310㎢를 지켜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국토부 보도자료에 대해 “5057개의 국공유지를 일몰시키겠다는 공고를 슬그머니 내놓았으면서 얼토당토않은 성과자랑에 나선 것”이라며 “공원 일몰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국토부가 내놓은 뜬금없는 자랑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국토부는 310㎢가 공원으로 조성되거나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세부 대응 실적을 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공원 조성사업이라고 밝힌 137㎢ 중 27㎢는 현재 전국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도시 내 개발압력이 높은 핵심 부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는 특례사업이기 때문에 공원을 지켰다는 해석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국토부가 발표한 실적에서 온전히 공원기능이 유지될 곳은 공원구역, 보전지역 82㎢과 지자체에서 조성하기로 한 110㎢ 등 총 192㎢에 불과하다”며 “이 192㎢ 역시 어느 수준으로 보전 가능할지 불투명하지만 보전된다하더라도 국토부의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가 나서서 토지주와의 갈등에서 불구하고 시민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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