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매주 마포 쉼터 찾아와 돈 받아가"

2020. 6. 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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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정의연) 서울 마포구 쉼터에서 지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가 받은 지원금이 다른 곳으로 빼돌려졌다며 길 할머니 양아들 측이 일부 언론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자 쉼터에서 길 할머니를 돌본 요양보호사들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최근까지 일한 요양보호사 A씨와 B씨는 지난 18일 연합뉴스 등과 한 인터뷰에서 길 할머니 양아들 황선희(61) 목사가 매주 빈손으로 쉼터를 찾아와 할머니로부터 돈을 받아갔고, 할머니의 돈 가운데 적잖은 금액이 황 목사에게 꾸준히 전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목사는 지난달부터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쉼터 소장 손모(60)씨가 이달 6일 숨지자 자신이 길 할머니를 모시겠다며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연수구의 한 교회로 할머니를 데려갔습니다.

이후 일부 매체는 황 목사의 부인 조모씨를 인용해 '길 할머니가 매달 받던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이를 알게 된 조씨가 손 소장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오히려 황 목사 쪽에서 지속적으로 길 할머니의 돈을 가져갔다며 반대 주장을 폈습니다. A씨는 정의연의 정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인 2013년 쉼터에 채용돼 최근까지 일했습니다. 모 입주간병업체 소속인 B씨는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길 할머니를 돌봤습니다.

A씨와 B씨의 말을 종합하면, 황 목사는 매주 한 차례 마포 쉼터를 찾아 30분에서 1시간가량 길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평소에는 혼자 오다가 지난달부터는 아내 조씨와도 함께 왔다고 합니다.

A씨는 "길 할머니는 항상 주머니에 현금이 없으면 불안해하셨다. 그래서 늘 양 호주머니에 현금을 채워 놓으셨다"며 "그 돈을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거의 다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황 목사는 이처럼 길 할머니한테서 매주 받아가는 돈 외에도 매달 60만원을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A씨 등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황 목사에게 들어간 길 할머니의 돈은 매달 100만원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정의연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길 할머니가 받은 여성가족부·서울시 지원금,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 급여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은 약 350만원입니다.

B씨는 황 목사를 두고 "보통 어머니를 뵈러 가면 과일 하나라도 사 올 줄 알았는데 거의 빈손으로 왔다"며 "할머니가 돈이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황 목사는 지난달 정의연 회계 문제가 불거지고,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할머니를 자신이 모시겠다고 나섰습니다. 그전까지 정식으로 길 할머니 양자로 입적(入籍)하지는 않았던 황 목사는 지난달 말 길 할머니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입적 절차를 모두 끝낸 지난 1일에는 손 소장을 만나 손 소장 명의 통장에 보관하고 있던 돈 3천만원을 2차례에 걸쳐 송금받았습니다. 이는 실향민인 길 할머니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교회를 세우려고 손 소장에게 부탁해 보관하고 있던 돈이었다는 것이 정의연 측 설명입니다.

A씨는 "길 할머니가 '입적하지 않고 놔둬도 된다'고 말했지만, 황 목사는 '소장님이 (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큰일 난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내가 상주 역할도 해야 한다. 3천만원을 내 앞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길 할머니가 '장례 비용은 여기(정의연)서 다 하니 그 돈은 안 써도 된다. 소장님께 둬도 괜찮다'고 했지만, 황 목사는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황 목사와 부인 조씨는 손 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낸 지난 1일 손 소장에게 "8일에 다시 올 테니 2004년 할머니를 모시기 시작할 때부터 할머니 계좌 내역을 다 준비해 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손 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기 닷새 전 일입니다.

A씨는 "손 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부엌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소장님이 다가와서 '2004년부터 해 놓으라는데 내가 어떻게 그 증거를 다 마련하느냐. 8일에 온다고 한다'며 고민스러워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손 소장이 "황 목사가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고 노력은 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길 할머니가 자신에게 들어온 돈을 스스로 관리했고 손 소장은 '심부름'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A씨는 "(황 목사의 요구는) 예를 들어 정부에서 200을 받는다면 200의 지출내역을 다 뽑아놓으라는 것인데, 소장님은 200을 뽑아서 할머니에게 드리고 할머니가 '이건 저축해라'는 식으로 알아서 관리했다"며 "손 소장은 (지출내역을) 따로 기록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길 할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본 요양보호사들은 할머니가 평소 쉼터를 떠나기 싫어했다고 증언했습니다.

B씨는 "할머니가 쉼터를 떠나던 그 날에도 '가기 싫다. 떠나기 싫다'고 하셨다"며 "그렇지만 아들이 가자니 차마 거역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는 "떠나기 전날 저녁까지도 길 할머니는 '집에 안 가면 안 되느냐.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물건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라길래 '싫으면 안 가면 된다. 아들에게 가기 싫다고 이야기하시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할머니는 막상 다음날 아들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갔다"고 했습니다.

또 "그날 밤 정의연 활동가들이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민화투를 함께 치며 놀아 드렸는데, 누가 '할머니, 내일 아드님이 와서 데리고 갈 거예요'라고 말하자 '내가 왜 가. 내가 갈 바에는 아예 오지도 않았지'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까지 쉼터에서 일한 A씨는 향후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출석요구가 오면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들의 주장과 관련해 황 목사의 해명을 듣고자 지난 18∼19일 이틀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황 목사의 아내 조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제가 입장을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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