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언 유착' 의혹의 A 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

이정구 기자 2020. 6. 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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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2명, 지난 2월 지방고검 근무하는 A 검사장 찾아가
A검사장, 신라젠 의혹 계속 묻는 기자에 "로비 아닌 금융사건일뿐"
법조계 "검언유착의 공모 관계로 보기 어려운 정황"
채널A/연합뉴스

MBC ‘검·언 유착 의혹’ 보도의 진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채널A 기자 2명이 지난 2월 모 지방고검에 근무 중인 A 검사장을 찾아갔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채널A 기자 중 한 명이 녹음한 녹취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파일 내용에 대한 본지의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채널A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與圈) 인사들에 대한 신라젠의 로비 의혹’을 여러 번 언급했으나, A 검사장은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채널A 기자들이 ‘여권 인사의 신라젠 연루 의혹’ 취재를 막 시작한 직후였다. MBC는 채널A 이모 기자와 A 검사장을 검·언 유착의 당사자로 지목한 바 있다.

MBC는 지난 3월 채널A 이모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A 검사장과 교감해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 비리 정보를 달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와 A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 공범으로 수사해 왔다. 해당 녹취록 내용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채널A 기자와 A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허물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채널A 기자 2명이 A검사장 찾아가

채널 A 이모, 백모 기자는 지난 2월 13일 A 검사장을 찾아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지방 고검·지검 순시 일정을 수행했고, 이를 취재하러 이 지역에 갔던 이·백 기자가 A검사장에 연락해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한다. 이날 자리는 안부 대화로 시작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등 법조계 여러 현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 기자가 ‘현재 진행 중인 신라젠 수사가 더 플러스(확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채널A가 발표한 이 사건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자는 A 검사장을 만나기 전인 2월 5일 이철씨가 대표로 있던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고, 다음날인 6일 이씨의 자택으로 추정되는 경기 양주시 아파트를 찾아가는 등 신라젠의 로비 의혹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자 A 검사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중 피해를 준 사건이다. 1명이 100억원을 피해 본 사건보다 1만명이 100억원 피해 본 사건이 훨씬 심각하다”면서 “정확히 규명해야 하는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기자가 재차 “기자들은 유시민 이사장도 문제 되지 않을까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자 A검사장은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며 “금융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우선이다”라고 답했다.

◇채널A 기자 유시민 거론하자 A 검사장 “관심없다”

다른 대화가 이어지다 이 기자가 다시 “신라젠은 서민 위주 수사로 진행되다 마지막에는 유명인(유력 정치인들) 나오지 않겠느냐, 유시민은 (부담을 느껴) 월말쯤 출국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A 검사장은 “관심 없다”고 답했다. 이후 이 기자가 다시 “이철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며 “교도소에 편지도 썼다”고 이야기했지만, A검사장은 답하지 않고 그날 숙소 등을 물어본 뒤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대화는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공모’의 근거로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반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채널A 기자가 여러 차례 ‘신라젠 정치권 로비 의혹’을 묻지만 A 검사장은 “서민 금융범죄”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 사건 핵심인 이철씨 상대 취재에 대해서도 논의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검사장도 지난 17일 낸 입장문에서 “이 기자와 제보자 지모씨 간 (녹취록) 대화에서 언급되는 내용의 발언을 하거나 취재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있지도 않은 ‘여야 5명 로비 장부’를 미끼로 저를 끌어들이려는 (지씨의) 계획에 넘어간 이 기자가 제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저는 그 피해자”라고 했다.

이 기자의 변호인도 앞서 “이 기자의 취재 욕심이 과했고, 검찰과의 유착은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강요미수죄가 성립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 기자와 제보자 지씨 사이 만남이나 오간 대화를 고려하면 강요나 협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채널A가 발표한 진상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철씨를 대리한 지씨가 채널A 이 기자에게 검찰과의 친분을 확인시켜달라는 등 적극적으로 접근한 정황도 있는 반면, 이 기자는 지씨의 요구에 ‘(취재를) 중단하고 그만 해도 된다’는 취지로 여러 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 관련 이 기자의 변호인은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MBC 등과 비교해) 형평성을 잃어 신뢰하기 어렵다. 외부 의견을 듣고 싶다”며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요청했는데, 대검은 19일 이 사건을 자문단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대검 내부에서도 이 기자의 취재는 강요 미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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