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논란 2라운드..한발 물러선 동생, 형도 물러설까?

지홍구 2020. 6. 2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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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박정오 큰샘 대표, 21일 쌀페트병 보내기 행사 보류
형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25일 전단 살포 강행
공권력 집행 위·적법 가리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 높아
지난 18일 오후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 우측)와 정하영 김포시장이 대북전단 살포가 빈벌히 일어나고 있는 김포 현장을 점검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탈북민 단체 큰샘(대표 박정오)이 21일 예고한 북한 쌀 보내기 행사를 잠정 보류했다.

이로써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 형성됐던 긴장감도 함께 해소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정부와 접경 지자체가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원천 금지한 이후 예고된 첫 행사여서 관심이 컸다.

대북 전단 살포 행사 관련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첫 대응 수위가 드러나고, 전단 살포를 강도 높게 비난했던 북한의 반응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샘이 지난 19일 쌀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전격 취소하면서 강화도에 쏠렸던 국민의 눈은 오는 25일 탈북민 단체의 행사로 옮겨지게 됐다.

25일은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예고한 대북 전단 살포 날이다.

박상학 대표는 큰샘 박정오 대표의 친형이다. 동생에 이어 형은 어떠한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발 물러선 동생 박정오 대표

동생 박정오 대표는 지난 19일 인천시청 관계자를 만난 뒤 21일 행사를 전격 보류했다.

그전까지 전망은 밝지 않았다. 통일부가 박 대표의 면담 신청을 거부한데다, 지난 17일 인천시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원천금지 입장을 담은 공문을 큰샘측에 팩스로 보내자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당시 큰샘측은 "공문으로 위화감 주느냐"며 불쾌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긴장감은 19일 오전께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연락이 닿지 않던 큰샘측과 통화가 되고 오후 3시 약속이 잡혔다. 이용현 인천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은 김두현 남북기획담당 등 팀장 3명을 이끌고 서울 강남에 있는 큰샘 사무실을 찾았다. 큰샘 측에서는 박정오 대표와 또 한명의 직원 등 2명이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인천시는 공문을 보내게 된 경위와 인천 주민이 느끼는 심리적 상황, 당일 인천 18개 시민단체와 강화군 주민 대표가 낸 행사 중단 촉구 성명서 내용을 추가로 전달하며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사무실까지 방문해 설명을 해 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큰샘은 "김정은과 김여정의 공갈협박으로 대한민국 국민들께서 불안해 함으로 그를 감수하여 이번기 북한 인민들에게 쌀 보내기 행사를 잠정 보류 하기로 했다"는 정식 보도자료를 냈다.

◆언론 접촉 피하는 형 박상학, 강행에 무게

아직까지 형 박상학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박 대표의 의중을 듣기위해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강행' 가능성이 높게 점치고 있다. 근거는 여러가지다.

첫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를 최고존엄을 비롯한 북한 체제를 비방중상하는적대행위로 콕 찍었다는 점이다.

동생이 주도하는 행사도 큰 틀에서는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에 포함되지만 쌀 페트병 살포가 주력이어서 결이 약간 다르다. 김 부부장이 전단을 직접 겨냥한 만큼 정면 승부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번째 이유는 경기도 등이 행사 제재 이유로 내세운 법적 근거에 대해 위·적법 논란이 비등해 법적 다툼을 해볼만 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지난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접경지역인 연천군, 포천시,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위기를 조장하는 사회재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41조)을 끌어들여 접경 5개 시·군 전역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전단 살포가 홍수, 산사태와 같은 재난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오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을 보낸 탈북민 단체들의 수사를 경찰에 의뢰하고 단체의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데 대한 국제 인권 단체의 우려도 박 대표에게 힘이 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파운데이션(HRF)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박 대표가 이번 행사를 자유권 탄압 사례로 부각시키고, 법리다툼을 확실히 정리하고 가는 계기로 삼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재 위·적법 논란...법적 다툼 불가피

이미 주사위는 던져져 일정 부분 법의 심판이 불가피 하다.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위험지역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관계자 출입 통제 뿐만 아니라 대북전단 등 관련 물품 준비·운반·살포·사용 등을 함께 금지했다.

지난 17일엔 포천시 소홀읍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대표 거주지에 있는 대북전단 살포용 고압가스 시설에 사용금지를 안내는 계고장을 붙였다.

경기도는 "이 대표가 사용금지 명령을 어기고 고압가스를 넣은 풍선 등을 활용해 전단을 살포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을 포함한 탈북민 단체가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면 재난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대한 위·적법 논란이 가려질 수 밖에 없다.

통일부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을 고발한 상태라 대북 전단 살포가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 사안인지 가리게 된다.

통일부는 두 단체가 북한에 물품을 보내려는 사람은 사전에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 남북교류협력법(1990년 제정) 13조 1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북 전단이 교류 목적이 아닌데다 수신자를 특정하지 않는 물품이어서 승인 대상이 아니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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