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주일 앞둔 도시공원 일몰제, 당국은 해법 마련 서둘러라

입력 2020. 6. 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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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시공원 일몰제가 다음달 1일 전국에서 시행에 들어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4421개 도시공원이 해제된다.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40㎢의 도시공원 부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도 시작일 뿐 2025년까지 일몰제가 지속적으로 시행되면 총 504㎢ 면적의 도시공원이 순차적으로 개발 현장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는 일몰제 시행 일주일을 앞둔 현시점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그린 뉴딜 정책의 하나로 국민 생활권역에 도시숲 200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눈앞에 닥친 공원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새로 숲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당혹스럽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이런 식의 도시공원 지정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도시공원 대부분을 지정하고 관리한 것은 중앙정부지만, 1990년대 중반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며 도시공원관련 업무는 지방사무로 지자체에 넘겨졌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사무인 도로와 상하수도 건설·유지에는 50~70%까지 국고 지원을 하면서 도시공원 조성에는 유독 무관심했다. 심지어 일몰제로 공원 부지가 해제되는 대상에는 사유지가 아닌 정부 부처 소유의 국공유지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자체에 국공유지를 돈을 주고 사 공원을 만들라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다급한 나머지 민간특례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에게 도시공원 부지의 30%까지 개발을 허용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곳곳이 난개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오는 26일 충남 천안시는 주민투표를 통해 일봉산 민간공원 특례사업 여부를 결정한다. 도시공원을 둘러싼 갈등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첫 사례다.

도시숲의 효용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도시숲이 여름에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9%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각국이 도시숲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는 녹지세로 재원을 마련해 토지소유주에게 상속세를 감면해주면서 녹지를 보전하고 있다. 도시의 허파를 일거에 없애는 도시공원 일몰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도시공원은 토지소유주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과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공간이다.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20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예고되었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치해왔다. 정부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우선보상대상지부터 매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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