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 대폭발 예고, 6·17 대책 규제의 역설

2020. 6.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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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인허가 10년래 최저
살 사람 많은데 공급 줄면서, 전셋값 상승 예고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이 지역 단지엔 차라리 빈집을 두는 게 속 편하다는 집주인도 있어요. 아파트값에 비해 전셋값이 비싸지 않은데, 굳이 온갖 규제 적용받으면서 부담을 안고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네요.”(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이 전세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주택거래에 실거주 의무가 강화하면서 ‘세놓을 매물’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종 전세 관련 규제도 추진되고 있어,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강남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은 ‘빈집’마저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수도권 건축 인·허가 10년래 가장 적어

전세시장을 가장 압박하는 건 일단 수급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8024가구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5만4000가구가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이후 10년래 가장 적은 수치다.

정부 규제가 강화하는 편이어서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인·허가를 늘릴 상황이 아니다.

단위: 호, 국토교통부

6·17대책으로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인천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은 올 4월까지 4815가구의 주택 건설 인·허가가 났다. 이대로라면 산술적으로 12월까지 1만4000여가구 수준의 인·허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4만4530호의 30% 수준인 셈이다.

주택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3~5년여 후 공급(입주물량)은 지금보다 훨씬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민간 업체 전망은 더 불안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는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은 4만2173가구인데, 내년엔 반 토막 수준인 2만3217가구로 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살고 싶은 사람’은 역대 최고

공급은 주는데 수요는 대폭발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99.3 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에 살고 싶다’는 수요가 이처럼 많다.

정부가 대규모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싶은 수요도 처음으로 지방광역시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도 40.7 대 1로, 지방의 평균 청약경쟁률(18.3대 1)을 앞지른 것은 2010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이런 주택 수요는 매매시장은 물론 전세시장을 자극한다. 정부가 주택 대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일단 전세에 살면서 내 집 마련 시기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부가 대출을 규제했기 때문에 당분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이들이 임대차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 공급량이 줄어드는 데다 무주택을 유지해야 청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들이 수도권 임대차 가격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셋값 상승 불가피

벌써부터 전셋값 폭등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장 분양권을 받으려고 ‘2년 실거주’ 요건이 부과된 재건축 아파트를 그냥 비워두겠다는 이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앞서 양도소득세 감면 조건에 실거주 2년을 내걸면서 하나둘 ‘빈집’이 있긴 했는데 분양권은 세금 감면 이슈와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느냐”고 했다.

강남 재건축은 집값은 비싸지만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단지에서 나오는 전세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도 전셋값을 올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말하는 이 법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발의됐다.

당장 집주인들이 법 적용 이전 전세 가격을 올릴 태세다. 특히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임대차 법안이 시행되면 더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21번이나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대책이 상충되는 것도 문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무제한 갱신까지도 이야기하는데, 만약 이 법이 시행되면 6·17대책과 상충되면서 집주인이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말했다.

정부가 6·17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매수자는 6개월 내 전입해야 하는 규정을 넣었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매도인은 사실상 매매가 어렵게 됐다.

한편 KB국민은행의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1로, 지난달 평균인 158.1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100에서 더 커질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뜻한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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