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옹호한 판사, 과거 박근혜 비판 전단은 유죄 처벌

박준규 객원기자 입력 2020. 6.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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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 제작자와 처벌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가 신음하는 현실-대북전단 금지, 역사왜곡금지법 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들(탈북단체)의 행위를 형사법으로 처벌하고 그 단체의 해산을 검토한다는 것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며 대북전단 살포 금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대북인권단체들이 행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실제 분명하지 않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규정된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률의 제정 이유가 남북한의 교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세상과 단절되고 폐쇄된 북한 지역에 대하여 바른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전단을 보내는 행위는 애초에 이 법이 예정하고 있던 범위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표현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는 지역(북한)에 대하여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표현 수단인 전단을 날려 보내는 행위를 두고 남북한 사이에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 등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혀 평면을 달리하는 엉뚱한 법의 적용”이라고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약 이 법률을 적용하려는 통일부나 경찰 등의 태도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것이라면 과거에도 이 법을 적용해서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을 막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가능하다고 우기지만 당시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전혀 적용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지금 통일부나 경찰, 심지어 군까지 보이는 태도를 보면 마치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라도 통제할 듯한 태도를 보인다”며 “이것은 표현의 자유 사전억제 금지에 정면으로 위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심각한 무시”라며 비판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토론과 비판을 통해 정화된다”며 “사람들에게 수용되지 못한 왜곡과 주장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처벌의 가치도 없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4월 14일 오전 경기 연천군 백학면 백령리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지만 확인 결과 김 부장판사는 과거 정반대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제작하고 배포한 시민들을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판결에도 표현의 자유가 등장했다.

2015년 12월 김태규 당시 대구지법 부장판사는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제작 및 배포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성수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사 앞에서 이 전단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변홍철씨와 신모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100만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상식적이고 건전한 문제 제기 없이 음란하고 저속한 사진이나 글, 그림 등을 통해 공직자 개인을 비방하는 데만 치중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기소한 경찰과 검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들의 변론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이후 김 부장판사의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였던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범석)는 2018년 1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치판단 또는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그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비판 전단’ 제작·배포와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자에게 의혹을 제기하고 공안정국 조성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을 펼친 행위에 대한 명예훼손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과 현 정국을 비판하는 전단을 제작한 사회활동가 박성수(41)씨가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판하며 2015년 1월 13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손팻말과 칼 모양의 소품을 들고 경찰의 압수수색과 법원의 영장 발부를 비판했다. 박씨는 지난 1월 2일 박 대통령의 정책과 현 정국을 비판하는 전단 4천장을 제작해 아파트 우편함과 차량에 뿌리거나 시민에게 나눠준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 법원 직원은 2018년 12월 말 김 부장판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법원 직원 A씨는 그해 12월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 부장판사가 박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내린 사건을 거론하며 “자신이 존경하는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치적 판결은 결국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성수 사건은 단지 비판적 의견의 표명일 뿐 사실의 적시가 아니었고, 설령 사실의 적시라 하더라도 대통령직무에 관한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A씨는 이 글에서 김 부장판사를 “박근혜 정권의 호위무사” “전형적인 정치 판사”라고 비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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