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주운 신분증으로 항공기 탑승한 10대 덜미

또다시 보안 허점 드러낸 제주국제공항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주운 신분증과 항공기 티켓으로 김포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학생은 19살 차이 나는 성인 신분증을 보여주고도 검색대를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해 공항 보안의 허점이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주운 신분증과 항공기 티켓으로 항공기에 탑승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점유이탈물횡령죄·업무방해 등)로 A(14)군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전날 오후 1시 40분께 제주국제공항 대한항공 라운지 맞은편 의자에 있던 B(33)씨 지갑을 주웠다.

A군은 해당 지갑 안에 신분증과 항공편 티켓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해 오후 1시 45분께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당시 중학생인 A군이 성인 남성의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공항 직원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A군은 아무런 재제 없이 보안검색대를 통과, 오후 3시께 에어부산 BX8096편에 탑승했다.

당시 지갑을 잃어버린 B씨는 티켓을 재발급받아 A군이 항공편에 탑승한 직후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다.

B씨가 최종 탑승을 위해 항공기 티켓 바코드를 스캔했을 때 '중복' 표시가 떴지만, 항공사 측은 B씨가 일행이 있고, 신원도 확실해 종종 발생하는 기기 오류라고 판단해 B씨를 탑승시켰다.

A군은 항공기에 탑승하자마자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이륙 직전 마지막 점검을 하던 객실 승무원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동 중이던 이 항공기는 결국 활주로에 진입하지 못하고 다시 탑승장으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을 해 A군을 내려준 뒤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여 늦어진 오후 4시 25분께 승객 195명을 태우고 제주를 떠났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측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직원의 실수"라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과 해당 항공사, 공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공항 보안이 뚫린 것은 이번이 한 번이 아니다.

앞서 2018년 2월 제주에 주소를 둔 30대 남성이 타인 신분증으로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가며 절도행위를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또 2015년 5월 제주공항 출국심사를 마친 40대 중국인이 당시 항공편에 탑승하지 않고 공항 보안구역을 이탈, 담을 넘어 공항을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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