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점, 피할 수 없어서 뚫어버렸죠"..특허 필름 승부사
日 70% 이상 특허 독점 필름 시장, 다른 소재 개발해 기술 종속 막아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열차단 필름 특허에서 주기율표 103가지 원소 중 75개 원소가 일본 A사 특허에 들어가 있습니다. 거의 피할 수 없는 구조가 됐죠."
첨단소재로 주목받는 2조원 규모 열차단 필름 시장에서 일본기업은 독점적 기술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앞서 시장에 진출한 미국, 독일 기업의 특허 선점 또한 촘촘하다. 글로벌 기업의 특허 그물망을 뚫고 독자적인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이 있다. 칼코지나이드 계열의 세라믹 복합 코팅 필름을 개발한 '앰트'의 김남훈 대표는 일본 기업의 견제를 피해 신기술 개발에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자동차유리나 주상복합ㆍ오피스빌딩 외벽유리 등에 주로 쓰이는 열차단 필름은 국내 수요 대부분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기업의 특허권 독점에 따른 소재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으로 새로운 소재 개발이 요구됐지만, 기술 개발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부터 건물에너지효율등급제가 시행되고 공공기관의 경우 에너지이용 합리화가 추진됨에 따라 5층 이상 건물은 필수적으로 열차단 시공을 해야 한다. 김 대표는 "기존 시장 선점 기업의 필름은 산화물 계열로 되어있어 특허를 피하기 위해 세라믹 소재에 주목했다"며 "태양전지에 쓰이는 칼코지나이드를 보고 필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시판되고 있는 열차단 필름 및 특수유리는 염료와 같은 유기물을 첨가해 기능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물 자체가 안정성이 낮고 성능이 미흡한데다 가격이 높아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기존 열차단 필름은 인듐, 텅스텐과 같은 고가 금속에 희토류 원소도 많이 써서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구리와 칼코지나이드 원소를 결합해서 소재 가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종전까진 일본산 필름으로 전면 시공해야 했지만, 김 대표가 개발한 신소재 필름이 출시되면서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현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공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김 대표는 한양대 신소재공학 박사과정을 전공한 공학도로 연구원 생활 중 일본의 기술 독점을 체감했다. "1990년도 후반 국내 기능성 코팅 수요가 늘어날 때 이미 일본 소재 대부분이 표준이 된 상황이었고, 특히 반도체용 투명대전방지 필름, 항균, 광학 관련 코팅재료는 모두 일본 제품이 표준이라 기술제휴를 피할 수가 없었다"며 "IMF 이후 일본 기업과 기술제휴로 제품을 들여와도 물질 간 배합비율만 알려줄 뿐, 원리와 소재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얻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소재로 눈을 돌린 김 대표는 마이크로캡슐을 거쳐 필름 개발에 몰두했다. 자동차용(PPF) 필름과 디스플레이용 필름에 이어 열차단 필름의 초기 조성은 발견했지만 개발비가 발목을 잡아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연구할 땐 재미가 최우선이었지만 사업가 입장에선 개발비가 난관이 됐다"며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연구과제로 선정돼 부품 소재 기술개발 지원으로 학계 교수님들과 연구소 협력을 통해 신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열차단 기술 못지않게 김 대표는 보다 투명한 필름을 만들려 노력했다. "필름의 투명도를 높이려면 나노소재가 작아져야 하는데, 원료의 성질에 따라 한계가 있다"던 그는 "칼코지나이드는 금속산화물보다 3분의 1에서 5분의 1까지 작게, 80㎚(10억분의1 m)를 3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존 금속산화물 계열은 적외선만 차단했던 것에 반해 칼코지나이드 계열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동시에 차단해 기능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해당 기술을 특허 출원한 앰트는 해외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나서려했으나 코로나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그래도 김 대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작년 일본 수출 규제 때도 오히려 자체 개발과 사업 확장 계기가 됐고, 일본 대형 유리회사에서 우리 필름 샘플을 세 번 요청해 수출을 앞두고 있다"라며 "향후 전방산업에 우리 신기술을 바탕으로 외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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