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반전.. 닭갈비집 사장님 '25번 테이블' 증언에 발칵

구자창 기자 2020. 6.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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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했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심리로 지난 22일 열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 경기도 파주의 한 닭갈비음식점 사장 홍모씨의 증언이 나오자 검사석에 앉은 특검 측 표정이 일그러졌다.

홍씨는 특검 수사보고서에 ‘식당에서 닭갈비 15인분을 식사하고’라고 적힌 부분을 확인한 뒤 “이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의 질문에 “포장이 100% 확실하다”고 확언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주신문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와”하고 낮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수세에 몰렸던 김 지사 측에 유리한 증언이 예상치 못한 증인에게서 갑자기 나왔기 때문이다.

홍씨가 김 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홍씨의 발언이 무게감을 갖게 된 것은 1심에서 댓글조작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을 회심의 반격 카드로 꺼내든 데 배경이 있다.

1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만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봤다. 김씨 일당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7분15초~23분53초에 킹크랩을 작동시켰는데, 당시 김 지사의 행적을 볼 때 김씨와 함께 경기도 파주의 경공모 사무실에 있었던 게 명확하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서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작동 시점에는 시연을 보는 게 불가능했다며 닭갈비 영수증을 새로운 알리바이로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은 사건 당일 오후 7시쯤부터 1시간 가량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닭갈비를 먹었고, 이후 시연회가 아닌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특검은 ‘김 지사가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경공모 회원들끼리 닭갈비 음식점에서 먼저 식사했다’는 김씨 일당의 주장에 무게를 둬왔다.

특검 입장에서는 ‘음식점에서 포장해 온 닭갈비를 경공모 사무실에서 함께 식사했다’는 김 지사 측 주장의 신빙성을 허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특검은 홍씨와 직접 통화하고 닭갈비 영수증을 재발급 받았다. 해당 영수증에는 ‘춘천정통닭갈비’라는 상호와 함께 닭갈비 15인분을 25번 테이블에서 정산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검은 홍씨와 통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장한 경우 영수증에 테이블 번호가 아닌 포장이라 기재된다’ ‘테이블을 4~5개 정도 해서 식당에서 닭갈비 15인분을 식사하고, 대표 테이블 번호인 25번으로 영수증에 나온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었다.

그러나 홍씨는 재판에서 “식사가 아닌 포장”이라며 특검 수사보고서를 원천 부정했다. 그는 “저희 가게의 테이블 2~19번은 ‘춘천정통닭갈비’를 사용하고, 1번과 20~25번은 가상의 테이블”이라고 했다. 25번은 포장· 예약 등에 쓰이는 번호라는 것이었다. 홍씨는 특검 측 연락을 받았을 때도 “25번 테이블은 포장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검 측은 반대신문에서 음식점 도면을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띄워 “25번 테이블이 어디 있느냐”고 질문했다. 홍씨가 가상 테이블이라고 이미 말했던 내용이었다. 방청석에서는 “없다니까”라며 야유가 나왔다. 재판장도 “가상의 테이블인데”라며 특검에 의문을 표했다.

홍씨 진술은 김 지사 측 주장과도 차이가 있었다. 김 지사 측은 음식점에 가보니 25번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외진 자리라 잘 내주지 않고 포장을 하면 25번으로 찍힌다고 했었다.

그에 대해 홍씨는 한 공간에서 ‘춘천정통닭갈비’와 ‘갈비사랑’이라는 두 가게를 운영하는데, 갈비사랑에는 가상이 아닌 실제 25번 테이블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수증에는 춘천정통닭갈비의 25번 테이블로 기재돼 있기 때문에 포장이 맞다고 했다. 결국 김 지사 측 변호인도 25번 테이블의 실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던 셈이다.

이날 특검은 김 지사 측이 홍씨 가게를 미리 들러 사진을 찍은 점 등을 들어 증언을 짜맞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씨와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모두 증언을 사전에 상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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