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평화' 안중에 없는 보수언론의 볼턴 보도

2020. 6. 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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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한국과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수언론들이 볼턴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받아들이면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사실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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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숙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한국과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수언론들이 볼턴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받아들이면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은 사실관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을 뿐 아니라, 볼턴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시종일관 방해해온 자신의 행동을 자의적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도 국내 보수언론은 볼턴의 입장에 서서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폄훼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한·미 정권에 필요했던 건 북핵 폐기 아닌 TV용 이벤트’에서 “볼턴의 회고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사실 중 하나는 한·미 정권이 북핵 폐기의 실질적 내용이 아니라 TV 쇼에 몸이 달아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와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과 미국을 속였다고 기정사실화하면서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청와대가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북 비핵화 사기극, 남 중재자론 민낯 드러났다’는 사설에서 “이벤트에 치중한 중재자론, 운전자론”을 접으라고 했다.

“북한이 무조건 핵을 먼저 포기해야만 제재 완화도 가능하다”는 볼턴의 ‘리비아식 모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에 전쟁의 길만이 남게 된다. 한국 정부와 적극 협력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부분해제’를 뼈대로 한 협상안을 마련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이를 좌초시켰음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볼턴은 대화를 통한 비핵화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다.

볼턴의 회고록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사실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북-미 협상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해 온갖 일을 벌이는 볼턴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볼턴의 주장을 사실로 전제하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들 신문을 보면 한반도 평화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미국 강경파와 한통속이 돼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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