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어떻게 느껴지나요?
[경향신문]
발달장애인 권익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발간한 교육자료에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삽화가 삽입돼 관련 단체가 반발했다.
해당 삽화는 불법촬영·스토킹 가해자를 여성으로 설정했고, 발달장애인의 외모를 비장애인 대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개발원)가 2019년 발간한 <발달장애인성인권교육매뉴얼>(매뉴얼) 65쪽에 실린 삽화는 불법촬영·스토킹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했다. 여성은 벽 뒤에 숨어 남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다. 여성은 안경을 쓰고 키가 작고 통통한 외양이며, 남성은 키가 크고 자세가 바르다. 매뉴얼은 발달장애인 대상 교육자용으로, 이 삽화는 발달장애인의 불법촬영·스토킹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자료로 제시됐다. 개발원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보건복지부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발달장애인 성인권 교육자 모임 ‘경계너머’는 이 삽화가 불법촬영·스토킹 범죄의 가해자 대다수가 남성인 현실을 왜곡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모임은 “외모에 대한 묘사가 성별로 결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은 못생겼고, 비장애인은 잘생겼다’는 함의를 담았다는 것이다.
조항주 경계너머 대표는 23일 통화에서 “교육자료는 당사자, 교육자만 보는 게 아니라 성교육 강사, 장애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도 볼 수 있어 파급력이 크고, 거기 실린 관념이 은연중에 재생산될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범죄를 방지하는 대안적 교육자료를 고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개발원 측은 경향신문에 “지난해 8월 시범교육 대상자 및 관련 단체로부터 ‘성별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의를 받아 65쪽 삽화를 수정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 특성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스토킹 범죄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행위자의 표정을 ‘음흉한 표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며 “‘못생기게’ 표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개발원 측은 “올해까지는 이 매뉴얼을 종전대로 유지하되, 향후 매뉴얼 변경 시 지적사항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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