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반대" 청원 10만 넘었다..노·노·취 싸움된 '인국공 사태'

오원석 2020. 6. 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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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3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정부에 "이번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인가.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청원은 등록 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비정규직·정규직·취준생 모두 불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뒤 정규직 근로자들과 기존 정규직 노조, 취업준비생 모두 저마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 과정에서 일부 탈락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7년 5월 정규직 전환 선언 이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거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요원 노조 측은 탈락한 사람들의 고용 안정 방안 없이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 대책을 내놨다며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7년 5월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존 정규직 노조는 현재 정규직 노조원보다 많은 1900여 명의 직원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뒤 이들이 기존의 인력보다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청원경찰로 채용된 뒤 이들이 제1 노조를 차지해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면 그 피해는 기존 직원들이 입게 된다"며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취준생이 몰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서는 '알바로 들어와 정규직 됐다', '이럴 거면 왜 공부했나' 등 불만을 나타내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취준생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靑 청원 "역차별, 청년에 더 큰 불행"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며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알바몬 같은 정말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이어서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며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화 당장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게시물.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카카오톡에 마련된 '인천공항 오픈채팅방'에는 일부 이용자가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들어간다", "너희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됐다" 등의 발언을 했다. 오픈채팅방 특성상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취준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공항의 이번 정규직 전환을 거론하며 "로또 취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준비한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문 정권은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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