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아파트 입주민의 '경비원 갑질' 처벌법 만들어야"

손병관 입력 2020. 6. 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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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하는 '우수단지' 선정해 보조금 지급하기로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13일 강북구 아파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노동자의 빈소를 방문했다.
ⓒ 박원순 페이스북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등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주민의 폭행과 갑질에 시달리던 경비노동자 최희석씨가 자살한 사건에 대한 응답이다. 최씨를 생전에 괴롭힌 주민은 구속 기소됐지만, 아파트 생활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슷한 형태의 갈등이 일어날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비원 4명 중 1명(24.4%)이 입주민으로부터 욕설,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한 사람의 체험기 '임계장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책의 저자는 아파트 경비 업무가 특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계약상으로는 평균 8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돼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6.2시간만을 쉬며 3명 중 1명(30.4%)은 1년 미만의 단기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비노동자 취업규칙에 '입주민대표회의 3인 이상 또는 아파트 입주민 10인 이상 요청 시' 해고가 가능한 조항이 있는 아파트도 존재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경비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폭행 등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관리규약을 위반하면 구청이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는 경비노동자들이 받는 부당 행위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한 '원스톱 신고 센터'(☎070-4610-2806, 02-376-0001)를 마련했다.

피해를 입거나 갈등에 휘말린 노동자가 센터에 신고하면 서울시가 양성한 '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가 당사자의 화해를 유도하고, 이 단계에서 화해가 어려울 경우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이 산재 처리와 법적 절차를 돕게 된다.

업무와 관련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비노동자는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전문 심리상담사의 상담을 받고,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한 경우엔 센터의 치유 프로그램을 연계해 자존감 회복을 돕는다.

국토교통부에는 공동주택관리법 상 입주민의 부당 지시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조항 신설을 건의했다. 2017년 3월 21일 법 개정안에는 "입주자가 경비노동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위반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상태다.

박 시장은 "금년이 전태일 열사가 노동법을 지키라고 분신자살 한 지 50주년이 된다"며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데 법이 장애물이 안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국회가 법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박 시장은 경비노동자들이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꼼짝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사태의 핵심 원인이 '고용 불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박 시장은 이에 따라 아파트 관리규약에 경비노동자의 고용승계 규정을 반영하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을 없애는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인권존중, 복지증진에 앞장선 단지를 매년 20개씩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로 선정해 인증한다. 이런 아파트들은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이행 모범단지'로 선정돼 공용시설 보수비와 경비실 등 단지 내 휴게시설 개선비, 공동체 활성화 사업비를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경비노동자들이 실업, 질병 등 위기상황에서도 생활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상호부조 성격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인데다 일하는 사업장이 모두 달랐던 경비노동자들이 공제조합을 만들면 공정계약 유지와 권익침해에 대한 방어권 제고 등 사회안전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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