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서 멀어진 수요집회.."28년 장소 뺏으니 후련한가"

박민기 2020. 6. 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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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단체가 앞선 집회신고를 통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앞을 집회 장소로 선점한 가운데, 24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1445차 수요집회가 수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한편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이날 정의연의 수요집회를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과 이달 6일에 걸쳐 정의연 등 다른 단체들보다 먼저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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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소녀상 인근 집회장소로 선점
정의연, 수 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요집회
이나영 "가슴이 찢겨도 이 자리에 있겠다"
보수단체와 정의연 사이 직접 충돌은 없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 소속 대학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 동안 열리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의 위치를 선점한 보수단체에게 소녀상 주변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집회신고를 했던 보수단체는 소녀상 옆(사진왼쪽아래)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20.06.2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일부 보수단체가 앞선 집회신고를 통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앞을 집회 장소로 선점한 가운데, 24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1445차 수요집회가 수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소녀상 앞에서 정의연 수요집회가 열리지 못하는 건 1992년 1월 수요집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소녀상 앞이 아닌 연합뉴스 사옥 앞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막말과 혐오를 일삼는 자들이 소녀상의 옆자리를 침탈했다"며 "일본정부의 온전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시작된 수요집회, 여성 인권·종교·평화·청년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주관하며 하나가 됐던 시위가 이제는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 시간과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부인하고 삭제하며 함께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흔드는 반역사적·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한 오늘도 저희는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며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겨도 이 자리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수·길원옥 인권운동가를 비롯한 생존자 17명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며 "어지러운 시간을 잘 견뎌내고 다시 우리 곁에 우뚝 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는 즉각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있게 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대 발언에 나선 강연희 이천평화나비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최근 정의연 관련 각종 의혹 자료를 쏟아내고 있는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해 "뭐가 그리 두렵나. 윤미향이 국회의원 돼서 일본정부로부터 사과 받겠다는 게 두려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28년 간 진행해온 수요집회 장소를 보수단체가 뺏으니 후련한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피해자 보호지원법 개정안에 기권했나"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자신들의 몸을 소녀상과 묶고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2020.06.23. amin2@newsis.com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은 "정의와 기억과 인권과 반전,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밀려나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세력이 저 공간을 차지했다"며 "온갖 막말과 욕설, 혐오를 배설하는 자들이 소녀상의 옆자리를 침탈했다"고 했다.

전 실행위원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의연이 만들어온 고귀한 시간과 역사적 성과들이 송두리째 짓밟혔다"며 "저들은 구정물과 쓰레기로 가득 찬 늪을 만들어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 위안부 피해자들을 빠트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이날 정의연의 수요집회를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과 이달 6일에 걸쳐 정의연 등 다른 단체들보다 먼저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윤미향은 사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지만, 자유연대와 정의연 측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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