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특혜 아닌 배려였다'..'황제병사' 논란이 남긴 질문들

이원준 기자 2020. 6.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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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부모의 재력을 이용해 각종 특혜를 누린다는 이른바 '황제 병사' 의혹은 군 감찰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확인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재벌 아들'은 청와대 청원글에 게재된 것처럼 특혜 병사라기보단 '선의의 배려'가 필요한 병사라는 것이 감찰조사 내용의 요지다.

공군은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3여단 소속 A 상병을 향해 제기됐던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황제 병사 의혹은 이달 1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고발글이 게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A 상병 아버지가 최영 전 나이스 그룹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특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청원자는 글에서 "우리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 방조해오는 등의 비위 행위를 폭로하려고 한다"며 Δ부사관을 통한 세탁물과 음용수 배달 Δ근무지 무단 이탈 Δ1인 생활관 사용 Δ샤워실 보수 공사 요청 Δ부대 특혜 배속 등 5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공군본부가 전담 감찰팀을 부대에 파견해 열흘 넘게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A 상병은 지난해 9월 3여단 본부로 자대배치를 받은 뒤부터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는 피부질환으로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운 탓에 면회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님에게 전달해왔다. 세탁물이 오간 면회는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수시로 이뤄졌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A 상병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2월22일부터 면회가 금지되자 군 생활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소속부서 간부(중사)가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자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모두 13회에 걸쳐 세탁물을 부모에게 대신 전달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 관계자는 "힘들어하는 병사를 위한 선의의 배려가 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서장인 3여단 재정처장은 A 상병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이 '잘 부탁한다'며 수시로 전화했기 때문이다. A 상병은 지난해 12월 민간병원에서 피부질환 관련 진단을 처음 받았다.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9회 걸쳐 부서장 승인하에 외래진료를 나갔다.

공군 관계자는 "A 상병은 체격이 왜소하고 허약한 편"이라며 "부서장이 그런 부분 감안해서 외출허가 등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군은 1인 생활관 사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A 상병은 여름철 생활관 냉방온도를 놓고 동료 병사들과 갈등을 겪어왔다고 한다. 부대는 처음엔 1인실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냉방병과 우울감에 대해 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에 따라 이달 초부터 A 상병의 1인 생활관 사용을 임시로 허용했다.

결국 감찰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군의 설명을 들어보면 '특혜가 아닌 배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공군 관계자는 A 상병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대다수 부대원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Δ샤워실 보수 공사 요청 Δ부대 특혜 배속 등 2개 의혹은 사실관계부터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에 따르면 부대 샤워실 보수 공사는 A 상병 부모가 아닌 전임 여단장 지시로 이뤄졌다. 해당 여단장은 부모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A 상병이 현 부대에 특혜 배속됐다는 의혹은 더욱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 공군 병사는 본인 희망뿐 아니라 '특기교육 성적'에 따라 자대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본인이 특정 부대 배치를 희망하더라도 자신보다 더 높은 점수인 경쟁자가 있다면 불가능한 구조다.

공군은 이날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병사에 대한 지휘감독 부실 및 규정·절차에 의한 업무수행 미숙 등 문제점을 확인함에 따라 재발 방지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혜는 아니다'라는 군의 최종 판단과 관련해 몇가지 질문이 남는다. 몸이 불편한 병사에 대한 배려는 어느 수준까지 이뤄져야 하는지, 특혜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배려가 왜 A 상병에게만 집중됐는지, 이 과정에서 대가성은 없었는지는 군사경찰이 앞으로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다.

wonjun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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