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원칙 탓"..정의당도 비판한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현일훈 2020. 6. 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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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 직원 직접고용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24일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공사는 지난 21일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1902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공사 노조는 물론 취업준비생들까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공사는 채용 시험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공기업인데, 시험 없이 채용된 보안요원 전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해당화실에서 열린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들 정규직 전환 관련 기자회견 입장을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무원칙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규·비정규직 노조, 경영계가 모두 항의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공사는 스스로 정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런 방침을 깨고 각종 이유를 동원해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 회피를 인정해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는데 정부와 공사가 이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어 “공사는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자회사를 두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일시적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면서 “또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선별채용 방침은 철회하고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 따라 일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직접고용 되는 보안검색 요원은 물론 보안경비 요원(1729명)까지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미래통합당은 현 정권의 전시행정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며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업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문제와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와 같다”며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비대위에서도 “정권 지지자들에 대한 보은을 위한 제물로 청년들이 바쳐져야 하느냐”(성일종), “졸지에 호구가 된 청년들은 허탈하다”(김재섭)는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인천공항의 ‘묻지마 정규직화’는 대한민국의 공정 기둥을 무너뜨렸다”며 공공기관 채용 시에도 국가공무원과 같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로또 취업 방지법’(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로 꼽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직접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단하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등의 청원이 줄줄이 등장했고 이날 오후까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8만 명을 넘어섰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 직원들도 반발도 거세다. 이번 전환되는 보안 검색 요원의 수(1902명)가 현재 정규직 수 전체보다 훨씬 많은 수라서다. 이들이 정규직화되면 노조의 구성과 내부 주도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안경비 등 비슷한 업무를 하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는 “우리도 직접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인천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준비생들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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