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작전'의 냄새가 진동한다

박국희 사회부 기자 2020. 6. 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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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희 사회부 기자

친정부 방송인 김어준씨는 정권에 불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냄새가 난다"면서 음모론을 피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분의 코가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씨 후각을 빌리자면 정작 '작전' 냄새가 더 나는 건 여권이 '윤석열 흔들기'의 지렛대로 삼는 '한명숙 뇌물'과 '검·언 유착' 사건이다.

지난 22일 법무법인 민본 신장식 변호사는 대검에 "'한명숙 수사팀' 전원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총선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다가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이 논란에 휘말려 자진 사퇴한 인사다. 그는 "한명숙 수사팀이 거짓 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는 전과자 한모씨를 대리하고 있다. 한씨는 각종 사기·횡령 범죄로 징역 20년 이상 형을 받고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한씨는 지난 5월 친여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어렵게 소재를 찾아내 인터뷰했다고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신 변호사는 뉴스타파 보도 사흘 전 김어준씨 인터넷 방송에 나와 "이분(한씨)과 민본에서 뭘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랫동안 '작전'을 짰다는 걸 얼떨결에 자백한 셈이다.

'작전' 냄새는 곳곳에서 풍긴다. 지난 17일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광주로 출장 간다"고 썼다. 다음 날인 18일 뉴스타파는 광주교도소에 있는 한씨가 "윤석열 측근에게 조사받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각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한씨 편지를 낭독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씨를 (윤석열 측근이 아닌)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황 최고위원은 "(한씨 편지) 원본은 내가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검·언 유착' 사건에서 채널 A 기자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취재하려다 역공에 휘말렸다. 그런데 이 대표 변호인도 민본 소속이다. '이철의 친구'라면서 채널A 기자를 만나 "검찰과 교감이 되느냐"고 묻고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 MBC에 넘긴 '제보자X'는 사기·횡령 전과 5범 지모씨. 지씨의 과거 변호인은 민본 대표였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금 변호인은 황 최고위원이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뉴스타파 기자는 지씨를 불러 생방송 인터뷰를 했다. 둘은 취재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지만 마치 처음 만난 척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지씨는 MBC가 '검·언 유착' 의혹을 방송에 내보내기 전부터 열린민주당 인사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최강욱 의원과 황 최고위원 사진을 올려놓고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까지 썼다. 최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한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변호인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 작전 냄새가 나는 곳은 어딘지 김씨에게 다시 맡아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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