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염 때문에 공용 세탁기 못 써..'황제 병사' 논란 감찰 결과 공군이 밝힌 속사정

현화영 2020. 6.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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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그룹 전 부회장 아들 최모 상병 논란에 감찰 결과 발표한 공군
본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연합뉴스
 
“대부분 특혜가 아니었고, 일부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다.”

공군이 나이스그룹 최영 전 부회장의 아들 ‘황제병사’ 논란 관련 감찰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날 공군은 서울 금천구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제3여단 소속 최모 상병의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 해당 부대 A 부사관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최 상병의 부탁으로 세탁물을 최 상병의 부모에게 전달해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부대에 전입한 최 상병은 평소 매주 주말 가족 면회 시간에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면회가 제한되자, ‘피부질환(모낭염, 피부염)’을 이유로 “생활관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우니 부모를 통해 자가에서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소속 부서 간부에게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A 부사관은 최 상병의 세탁물을 부모에 건네주고, 세탁 뒤에는 다시 넘겨받아 최 상병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반입된 세탁물 가방에 별도의 음료수도 몰래 전달한 것으로 공군 측은 보고 있다.

공군은 세탁물 문제와 관련해 “현재 군사경찰이 A 부사관의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 상병은 작년 9월 부대 전입 후 총 9차례에 걸쳐 외래진료 목적으로 외출을 했다. 이 중 7회가 ‘민간 진료’였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이 집 근처’라는 이유로 집에 들렀다 부대에 복귀한 사례가 적발됐다.

다만 진료 목적의 외출은 모두 부서장의 승인을 받고 이뤄진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은 ‘최 상병이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과 ‘최 상병 부모의 요청으로 생활관 샤워실 보수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날 공군에 따르면 최 상병은 피부질환(모낭염) 외에도 냉방병 때문에 에어컨 바람을 쐬기 싫어해 ‘생활관 냉방 온도 설정’을 놓고 동료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생활관 으뜸병사가 지난 1일 최 상병의 생활관 단독 사용을 건의했다고 공군 측은 전했다.

당초 최 상병의 생활관 단독 사용은 승인권자인 기지 대장(소령)이 ‘관리상의 이유’로 이를 승인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다음날 두통과 고열로 외래진료를 다녀온 최 상병이 “냉방병과 우울감에 대해 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아오자, 3일부터 17일까지 생활관 단독 사용을 승인했다.

공군 측은 “최 상병이 11일부터 20일까지 입원치료를 위한 청원휴가에 들어가면서 실제 생활관 단독사용은 8일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또 ‘생활관 샤워실’ 보수가 특혜라는 의혹에 대해선 “전임 3여단장이 지난해 재임 기간에 참모회의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장병 복지 차원에서 보수를 지시한 사항”이라고 했다. 전임 여단장은 최 상병의 부모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군 측은 밝혔다.

공군은 ‘부대 배속 건’에 대해서도 “최 상병이 기본군사교육 수료 뒤 특기교육의 최종 성적 순에 따라 재정특기로 결정된 것”이라며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민청원으로 불거진 공군 황제 병사 의혹… 부친은 나이스그룹 전 부회장

‘황제 병사’ 논란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에서 촉발됐다.

해당 청원글은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2만5000여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자신을 20년 동안 군 복무 중인 서울 금천구 지역 공군 부대 부사관이라고 소개한 뒤 “부모의 재력 때문에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 방조해오는 등의 비위 행위를 폭로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모) B 병사의 부모는 최근까지 부사관 선후배들에게 아들의 병영생활 문제에 개입해달라는 전화를 밤낮으로 한다”면서 “B 병사는 매주 토요일 아침 빨래를 부대 밖으로 반출해 가족 비서에게 세탁해오게 하고 빨래와 음용수를 받아오는 과정에 부사관을 사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B 병사가 다른 생활관원들과의 불화로 1인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외출증 없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청원인은 “권한 밖의 일이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수차례 목격했다는 후배와 병사들의 증언이 구체적이라 감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이 올라온 후 청원글에서 언급된 ‘황제 병사’가 나이스그룹 최영 부회장 아들인 최모씨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나이스그룹은 나이스신용평가 등 총 26개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 인프라 기업집단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최 상병의 부친 최영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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