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뻥 뚫린' 국방과학연구소..퇴직자, USB에 기밀 담아 출국(종합)

최평천 2020. 6.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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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중간 감사결과 발표..'자료 유출 정황' 3명 수사의뢰 '뒷북'
'복제 출입증'도 무사통과 가능..전체 PC 62%, 보안프로그램 미설치
국방과학연구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최평천 기자 = 한국형 무기체계 및 핵심기술 개발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국방기밀 자료가 대량 유출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ADD의 방위산업기술 보호실태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 현재까지 이같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방사청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ADD 퇴직자 1천79명 및 재직자에 대한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직 수석연구원 2명이 퇴직 전 대량의 자료를 이동식 기억장치(USB) 등 휴대용 저장매체로 전송한 뒤 외국으로 출국한 정황이 확인됐다.

방사청은 이들 2명에 대해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방사청은 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4월 휴대용 저장매체를 이용해 자료를 유출한 정황이 있는 또 다른 전직 연구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해당 연구원은 퇴직 후 국내 사립대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자체 조사에 따르면 경찰에 수사 의뢰한 연구원 3명이 휴대용 저장매체를 통해 파일을 열거나 옮긴 로그(기록)는 약 100만건에 달한다. 각각의 연구원의 로그는 8만, 30만, 68만건으로 파악됐다.

다만, 방사청 관계자는 "로그는 정보유출방지시스템(Data Loss Prevention·DLP) 프로그램에 남은 기록으로, 유출된 자료의 개수가 아니다"라며 "정확히 몇건의 기술이 유출됐는지, 자료가 군사기밀인지는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실태조사를 통해 ADD의 기술 보호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올해 4월에서야 자료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 감사에 착수하면서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경찰에 수사 의뢰한 연구원 2명이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황이어서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다른 퇴직자 중에서도 대량의 자료를 휴대용 저장매체로 전송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대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직자 중에서도 사업 관련 자료를 무단 복사하거나 USB 사용 흔적을 삭제하는 등 보안규정 위반한 직원들도 다수 적발돼 조처할 계획이라고 방사청은 전했다.

이번 감사 결과 ADD는 국방기밀을 대량 보유하고도 보안 기능은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 예정자에 대해 보안점검을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ADD 내 보안관리 총괄부서는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국방기술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는 퇴직자의 자료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임의로 종결 처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컴퓨터나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 등에 대한 기본적인 보안 관리도 허술했다.

ADD가 14년 전인 2006년 도입한 자료 무단반출을 방지하기 위한 문서암호화체계(Digital Rights Management)는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한글문서(HWP) 등 일부 형태의 문서에만 적용돼 엑셀, 도면, 실험 데이터 등은 무단반출이 용이했다.

전체 연구시험용 PC의 62%에 해당하는 4천여대는 연구소 내에서 인가되지 않은 저장매체 사용을 통제하는 정보유출방지시스템(DLP)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ADD에서 사용한 저장매체 수천 대에 기본 보안 기능조차 없어 외부 PC에서도 접속이 가능했다.

이 밖에 ADD는 출입자 기술 자료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검색대 및 보안요원을 운용하지 않았고, 얼굴 확인 없이 출입을 통제했다. 외부인이 직원 출입증을 무단으로 복제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셈이다.

방사청은 출입구 보안 검색대를 운영하는 한편, 보안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퇴직자 및 국방 핵심기술 보유 인력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계획이다.

ADD는 연구원이 퇴직 이후 해외 취업을 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해외 취업 사전 허가 제도 신설과 국방 기술지주회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기술지주회사는 퇴직 연구원을 고용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민간 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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