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하나에 무너진 방역모범국 독일..'공공의 적' 된 '고기황제'

이민정 2020. 6. 25. 18: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럽 '방역 모범국'이라는 독일의 명성이 육류공장 하나에 무너졌다. 거대 육류가공업체 '퇴니스' 공장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은 공장과 대표는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이 됐다.

독일 거대 육류가공업체 ‘퇴니스’ 대표 클레멘스 퇴니스. [AP=연합뉴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귀터슬로 지역은 23일부터 다시 봉쇄에 들어갔다. 독일에서 재봉쇄에 들어가는 건 이 지역이 처음이다. 36만명 주민은 야외활동이 금지됐고, 학교·술집·체육관 등 각종 시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재봉쇄의 중심에 독일 거대 육류가공업체 '퇴니스'가 있다. 퇴니스가 운영하는 이 지역 육류가공 공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공장 근로자 7000여명 중 1500여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차·3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 연구소는 이 육류공장발 확산에 독일 코로나19 재생산지수도 1.06에서 2.88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숫자다.

독일 육류가공업체 ‘퇴니스’ 의 공장.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유튜브 캡처]

주민들의 공분은 집단감염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더 커졌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이 공장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는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공장 인근에서 집단생활까지 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퇴니스가 접촉자 추적, 검사를 위한 노동자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나며 화를 키웠다. 이 공장의 주 노동자는 동유럽 출신 노동자였는데, 이들은 저임금에 초과근무까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퇴니스가 비윤리적 경영 상황을 감추기 위해 당국의 코로나19 조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결국 퇴니스는 21일 책임을 인정하고, 코로나19 검사 비용을 전액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영세업자들은 이날 가디언에 "중소기업은 규정을 철저히 따랐다. 하지만 거대기업인 퇴니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고,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부 장관은 퇴니스 공장에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일 장관은 "코로나19방역조치를 위반한 퇴니스는 인근 모든 지역을 인질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난의 화살은 퇴니스의 대표인 클레멘스 퇴니스에게도 쏠리고 있다. CNN는 이날 "자산만 23억 달러인 억만장자가 한순간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