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로 역풍 맞은 日, 매체 "한국은 일본 아래, 쉽게 못 벗어나" 주장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6.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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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문 "수출규제로 정작 피해 입은 건 일본 기업" 지적
지난해 7월 1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소재 핵심 3품목의 소재 공급을 끊은데 이어 8월 초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아베 정권을 규탄했다. 사진은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1년여가 되는 가운데 일본의 한 경제지는 “한국은 일본의 그늘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선 23일 도쿄신문은 “수출규제로 정작 피해를 본 것은 일본 기업”이라고 지적한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들 매체의 주장은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경제지는 일본이 규제하는 품목만을 놓고 본 결과이고 도쿄신문은 규제 품목 외에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 등보다 넓은 시각으로 수출규제 1년을 진단했다.

경제지에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닛산차 철수와 예상을 뛰어넘는 일본산 제품의 대(對)한한국 수출 하락을 모를 리 없는데 매체는 ‘한국이 일본의 그늘에 있다’는 주장을 위해 이러한 언급은 뺐다.

매체는 앞서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반일운동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수출규제 1년…일본 점유율 90%

25일 현대 비즈니스 등 매체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관리 적정화’에 관한 조치 시행 1년이 돼가는 지금 일본에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1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했다.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은 현재도 수출이 규제되고 있다.

매체는 한국 무역 협회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인용해 이중 불화수소는 점유율 하락을 인정하면서도 일본 제품을 대만, 중국 제품으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두 개 품목의 일본 의존은 여전하다면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은 일본산 각각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의존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출규제 1년…“한국은 여전히 일본 아래, 쉽게 못 벗어나”

일본 수출규제 당시 정부와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건 ‘에칭가스’라고도 불리는 초고순도 불화수소가스의 수출규제였다. 당시 한국은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 일본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순차적으로 두 가지 소재를 개별허가 방식으로 수출을 허가했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 불화수소는 가장 마지막으로 수출을 허가했다.

사실상 수출이 가능한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매체도 인정한 불화수소의 경우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불화수소는 앞으로 일본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 SK그룹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순도 99.999%의 초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매체는 “불화수소는 원래 중국에서 많이 수입했다”며 “일본산 불화수소는 ‘종속 탈피’(수입 의존에서 탈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중국에게 불화수소를 수출하고 이를 한국이 수입한 건지 모른다”며 “일본의 그늘을 벗어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엉뚱한 소릴 늘어놨다.

또 “강력한 반발을 했음에도 다른 품목은 일본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덧붙였다.

이는 동향도 파악하지 못한 엉뚱한 소리다. 일본이 수출은 하지만 한국이 일본 제품을 수입하니 한국이 일본의 그늘에서 못 벗어난 것이고 앞으로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산화가 진행됐고 다른 두 품목도 일본을 대신할 수입제품이 있는 가운데 “일본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건 억지스러워 보인다.

◆역풍 맞은 日, 더 큰 피해

앞선 경제지 주장의 반박은 일본 언론이 자세히 했다.

도쿄신문이 보도한 ‘타격은 일본 기업에’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한때)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업계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 기업들이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해 부품·소재 등의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주요 3품목은 물론 그 밖의 다른 소재까지 일본 외 다른 국가로부터 공급받는 사례가 나오는 등 수출 규제가 역으로 일본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일본 기업의 철수와 불매 운동 여파를 전하며 “일본 정부 대응에서 가장 문제는 수출관리를 강화한 배경에 전 징용공(징용 피해자) 소송이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려고 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만 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더 악화한 한일관계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후 한일갈등은 더 커진 형국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역사 왜곡도 모자라 “희생자 기린다는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억지 주장을 펼쳐 공분을 샀다.

일본 정부는 휴관 중이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15일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이 센터에는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 약속을 어기고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내용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를 원상으로 되돌리라는 한국 정부의 최후통첩을 받고서도 “수출관리는 국제적으로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며 “수출관리 당국은 상대국과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일 당국은 최근까지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형식적인 소통에 머무는 상황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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