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정책 급급해 청년층 외면.. '靑靑 갈등' 자초했다

김지애 기자 2020. 6. 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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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를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이틀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어 "계층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잘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통과 토론,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결정들은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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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정규직화 청년층 분노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을 넘어 청년과 청와대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를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이틀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노노(勞勞) 갈등’을 넘어 ‘청청(靑靑·청년과 청와대)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성과 보여주기식’ 정책에 급급해 정작 구직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현재 공사에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인천공항공사도 이번 조치가 올해 채용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25일 “청와대가 나서서 ‘우리 몫을 빼앗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신규채용 감소로 나타나고 말 것”이라며 “결국 조삼모사 같은 설명”이라고 반발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정책이 “불공정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30)씨는 “공정한 경쟁에 따른 기회의 보장이 침해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법준비생모임은 이날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직고용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의 수혜를 입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당사자도 오히려 이번 정책이 또 다른 불평등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김대희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노조 공동위원장은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탈락자는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채용절차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몇십년 근무한 직원들은 오히려 고용 안정을 보장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이번 정규직 전환 사태에 분노한 이유는 정부가 ‘정치적 보여주기’에 급급해 소통과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채용된 보안검색요원만 직고용 형태로 전환한다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을 띠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층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잘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통과 토론,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결정들은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비율이 90%에 달했던 인천공항공사에서 공개채용 대신 전환채용을 한다는 결정의 근거는 타당하지만, 노사정 협의체에서 결정된 것을 번복하는 등 절차적 정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청년들의 인식 기저에 있는 박탈감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공정성과 불평등은 다르다”면서도 “경제적 위기 상황과 일자리라는 첨예한 문제에서 기회가 누군가에게 굉장히 선택적으로 적용됐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잃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문제가 됐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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