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광두 "전국 비정규직 모두 정규직 요구땐 어쩔건가"

현일훈 입력 2020. 6. 26. 15:14 수정 2020. 6. 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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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화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격 조건 등이 다른 정규직과 비정규직 군을 억지로 똑같이 대접하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그는 현 정부 출범 초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맡았다가 2018년 말 스스로 물러났다.

김 원장은 이번 '인국공 사태'에 대해 “공정성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집단을 위한 결정이 결과적으로 다른 집단에게는 불공정하게 작용했다”며 “전국의 비정규직들이 일제히 ‘우리도 정규직화해달라’고 할 경우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중앙포토]

Q : 후폭풍이 심상치가 않은데.
A : 다른 걸 억지로 똑같이 대접하려다 보니까 생긴 문제다.

Q : 무슨 말인가.
A : 정규직들이 ‘우리는 어려운 시험을 치렀는데 임시로 들어와서 쉽게 정규직이 되는 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Q : 정규직의 반발도 이해할 만한가.
A : 그렇다. 시장에서는 경쟁과 그 결과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데 모두를 동일하게 (대우)하면 열심히 일하거나 열심히 준비할 동기가 사라진다.

Q : 취업준비생도 항의가 거세다.
A : 왜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나. 열심히 준비하고 경쟁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봤는데 갑자기 임시로 있던 사람들이 대거 직접 고용이 되면 취준생들은 당연히 불만이 생긴다. 합리적인 분노다.

Q : 다른 비정규직도 불만인데.
A : 왜 거기만 해주냐는 거다. 뚜렷한 기준과 원칙을 정해놓고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전국에 많은 비정규직이 인천공항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도 정규직화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Q : 심지어 직접고용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 중에도 반발이 있다.
A : 이들 비정규직도 ‘2017년 5월 12일’ 전후로 정규직화 전환 과정을 달리하겠다는 거다. 이게 공정한 거냐.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정규직 전환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공사는 현재 ‘문 대통령 방문일’ 이전에 입사한 보안요원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 등을 면제하는 반면, 이후 입사자는 공개경쟁 방식을 거쳐 직고용하겠다고 밝혔다.

Q : 일각에선 인천공항의 경영난도 걱정하는데
A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매출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은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서비스 품질 등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잘 될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

Q : 공사는 왜 이런 결정을 한 걸까.
A : 인천공항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가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곳이다. 공항 입장에선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Q : 대통령 방문일을 채용 방식을 나누는 기준일로 잡았는데.
A : 문 대통령이 ‘내가 5월 12일에 왔다 갔으니까 그때를 기준으로 하라’는 말은 절대 안 했을 것이다. 좋은 뜻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노력하라고 한 건데, 현장에서는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서두르다 보니까 무리수를 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왼쪽),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Q :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까.
A : 무리하게 정규직화를 시도하다 보면 공영, 국영기업은 적자가 날 경우 국민 세금을 퍼부어야 한다. 그런 경우 민간기업은 망하는 게 아닌가.

Q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있나.
A : 집권세력이 좋아하는 말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다. 그런데 노동의 직무분석이 안 돼 있다. 무엇이 동일노동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시장경제는 경쟁과 효율, 생산성으로 움직이는데 자꾸 ‘모두는 다 평등하다’는 논리만 강조해선 곤란하다.

Q : 향후 전망은.
A : 역사적으로 보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이런 식으로 한 나라들이 나중에 어려워졌다.

Q : 어떻게 해야 하나.
A : 이번 논란은 노동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정규직 전환’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이 계속 마련되지 않으면 혼란은 계속될 거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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