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이라고? 숙련까지 3년"..인천공항 보안요원, 어떻게 채용하나

유엄식 기자 2020. 6.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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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우리는 알바(아르바이트)가 아니다. 정당하게 보안검색을 하는 직원이다”

본인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쓴 내용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본사 소속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오해를 풀어달라”며 쓴 글이다.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이번 결정을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는 한 오픈 채팅방에서 비롯됐다. 공사의 직고용 방침 발표 직후 익명의 직원이 “(보안검색요원이) 알바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정규직이 돼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채용의 불공정성을 성토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고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해 찬반 대결로 번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채용 된 걸까. 직고용 결정 후 신규 채용은 어떻게 이뤄질까.
경비업종 협력사 비정규직 채용…현장 투입까지 1년 걸려
26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그동안 보안검색요원 채용과 인사관리는 경비업 자격을 갖춘 협력사에 아웃소싱(외주용역)했다. 3~4개 업체와 5년 단위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서 인력을 운용했다.

보안검색요원이 항공안전 분야 필수 인력임에도 그동안 외주용역 형태로 운영된 이유는 경비업법 때문이다. 항공산업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인천공항공사는 경비업법에 따라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수경비원’ 신분인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할 수 없다.

인천공항이 문을 연 2001년 당시 사회 분위기도 이런 채용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당시 IMF 구제금융 직후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한 시기여서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특정업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비정규직 채용이 보편적이었다.

최초 약 700명이었던 보안검색요원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1902명까지 확대됐다. 이재훈 인천공항공사 항공보안실장은 “개항 초기 연간 2000만명 수준이었던 여객 수가 지난해 기준 7000만명으로 급증했다”며 “해마다 검색 장비와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 배제한 정규직 전환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노동조합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수하물 1개 검색에 6초 '전문성' 필요..숙련까진 3년 소요
인력 수요가 많지만 아무나 선발하진 않는다. 항공보안법에 여객보안검색 근로자의 선발과 교육에 대한 지침이 정해져 있다. 이에 따르면 여객보안검색 근로자는 항공보안초기교육(40시간) 특수경비신임교육(88시간) 현장 직무교육(80시간) 등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한 뒤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해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 공사 항공보안교육원에서 추가 실무교육을 진행한다. 숙련자들은 수하물 1개를 검색하는데 6초 정도 소요된다. 일반인은 몇 분 걸려도 어려운 일을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 현장에서 단독 근무자로 투입되려면 최소 1년은 필요하며, 업무가 완전히 익숙해지기 위해선 적어도 3년은 필요하다는 게 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색능력이 우수한 직원 중에선 공개 채용을 거쳐 세관 경력직으로 옮긴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알바생이 보안검색요원이 됐다”는 것은 ‘낭설’이라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정규직 노조도 이 문제에 있어서 의견이 다르지 않다. 정기호 정규직 노조 위원장은 “보안검색요원의 전문성을 폄훼하거나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며 “정부가 제시한 직고용 숫자를 채우기 위해 사전에 전혀 합의되지 않은 청원경찰 형태로 채용하려는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직고용 이후 신규 채용은 공사가 직접 관리
보안검색요원들이 본사 소속으로 직고용되면 추후 인력관리는 공사가 직접 맡게 된다. 이재훈 실장은 “보안검색요원의 직고용 전환이 마무리되면 추후 신규 채용 등 인력관리는 공사가 직접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고용에 앞서 노조 간의 이해관계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공사 내에 보안검색 관련 종사자들이 결성한 노조만 △보안검색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보안검색운영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4곳이다. 이 중 노조원 상당수가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해 공채 시험을 또 치러야 하는 보안검색서비스노조 등은 탈락자 구제 대책을 마련한 뒤 직고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고용 대상 1902명 중 800명이 공채를 다시 치를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직원이 아닌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다.
자회사 정규직 결정된 다른 직원들 반발 예상
이번 사태로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직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공사는 비정규직 9785명 중 직고용 인력 2143명을 제외한 7642명을 △공항운영(2423명) △공항시설 및 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등 3개 전문 자회사로 옮겨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안검색요원이 직고용되면 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같은 특수경비원 신분이었던 보안경비 직원들이 추가로 직고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도 공사가 설명한 직고용 기준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보안검색요원을 자회사 정규직 형태로 전환한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안전 분야 직원들을 중심으로 직고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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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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